30년째 제자리인 일본 근로자의 월급이 8년 만에 또다시 감소했다.
후생노동성의 2021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풀타임 근로자의 평균 월급(잔업수당 제외)은 30만7400엔(약 308만3714원)으로 1년 전보다 0.1% 감소했다. 2020년부터 조사방식이 일부 바뀌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본의 직장인 월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임금을 많이 받는 부장과 과장 등 관리직급의 월급이 크게 줄었다. 부장급과 과장급의 월급은 각각 2.8%, 3.2% 감소했다. 일반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0.4% 줄었다.
특히 35~59세 남성 근로자의 임금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관리직일 수록 코로나19로 임금 삭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남녀별 격차는 개선됐다. 남성 근로자의 월급은 33만7300엔으로 0.5% 줄어든 반면 여성 근로자는 25만3600엔으로 0.7% 증가했기 때문이다. 남성 근로자의 급여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은 75.2로 전년보다 0.9포인트 올랐다. 역대 최고치다.
고용 형태별로는 정직원의 평균 월급이 32만3400엔, 비정규직 근로자는 21만6700엔이었다. 이번 조사는 후생노동성이 2021년 7월 종업원수 10인 이상의 사업체 약 4만9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일본 직장인들의 급여수준은 30년 이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버블(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급여 수준은 1997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20년말 90.3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158, 미국과 영국은 각각 122와 130이었다. 한국인의 급여가 23년 동안 58% 늘어날 때 일본은 반대로 10% 감소한 것이다.
월급이 오르지 않자 소비 수준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쿄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649엔(약 6700원)으로 뉴욕의 평균 15달러(약 1만7700원), 상하이 평균 60위안(약 1만1000원)에 비해 크게 낮다.
미국 인재컨설팅 회사 콘페리는 올해 일본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2.1%로 예상했다. 9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스위스(2%) 다음으로 낮다. 미국(3.5%) 등 주요국과 일본의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의 평균 급여는 22위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의 영향으로 올봄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전망이어서 가계소득이 개선되는 효과도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