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4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개인과 단체를 무더기로 제재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관여한 북한 기관과 개인뿐 아니라 러시아 기관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특히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ICBM 발사 사실을 공식화하자 불과 1시간 뒤에 제재로 응수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의 국제업무 담당국과 북한 국적자 1명을 제재 대상에 넣었다고 발표했다. 제2자연과학원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처럼 북한의 주요 무기를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특히 북한의 탄도미사일 같은 첨단무기 개발을 이끌고 있다. 1964년 국방과학원으로 설립돼 1970년대에 제2자연과학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14년에 다시 옛 명칭인 국방과학원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날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제2자연과학원’으로 표기됐다. 이곳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0년 8월에도 제재 대상이 됐고, 지난 1월에도 소속 인사들이 제재를 받았다.
미국은 이날 북한 미사일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아르디스그룹 등 러시아 기관 2곳과 러시아 국적자 1명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란·북한·시리아 핵확산금지법’(INKSNA)을 적용한 조치다. 이 법은 다자간 수출 통제 목록에 등재된 장비와 기술을 이란과 시리아, 북한으로부터 획득하거나 이전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다.
이날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세 번째 조치다. 미국은 지난 1월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쏘자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제2자연과학원 소속 인사 등 북한 국적자 6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지난 11일엔 북한이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도운 러시아인과 외국 기업 등을 추가로 제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의 ICBM 발사를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두 정상이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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