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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도 아닌데 하청노조와 교섭하라니"…車·조선업계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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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과 하청으로 이뤄진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뿌리를 뒤흔든 결정입니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25일 현대제철이 협력사(비정규직) 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결정하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원청이 사용자도 아닌데 협력업체와 어떻게 단체교섭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중노위는 이날 산업안전 분야에 한해 단체교섭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경제계는 원청을 상대로 정규직 전환 및 복지 개선 등 다른 단체교섭 사안에 대해서도 하청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협력사 노조도 단체교섭 가능
금속노조 충남지부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협력업체 노조)는 지난해 현대제철을 상대로 △자회사 전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 시정 △산업안전 등 4개 항목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 노조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3756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 측은 원청은 협력사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교섭 거부는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 사유 중 하나다. 다만 교섭 의무는 근로자의 사용자가 진다. 현행법상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대상은 원청인 현대제철이 아니라 협력업체다. 하지만 협력업체 노조는 같은 해 11월 현대제철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냈다. 충남지방노동위는 원청과 협력사 간엔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현대제철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지노위 결정을 뒤집고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사안별 구체적인 인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통상 중노위 판정문은 판정일 30일 후 공개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노위는 노조가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한 4개 사안 중 산업안전에 대해 노조 측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대한통운 사태 속출할 것”
원청이 협력업체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중노위 판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노위는 지난해 6월 하청업체인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로 이뤄진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서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택배노조가 지난해 말부터 65일간 이어진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며 파업을 벌인 것도 중노위 판정이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는 중노위가 CJ대한통운의 불법 파업에 따른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산업안전에 대해서만 단체교섭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다른 단체교섭 사안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산업안전에 대해서만 교섭에 나서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중노위의 이번 결정이 원청과 하청으로 이뤄진 제조업 생산 현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업체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정규직 전환 및 복지 조건 등까지 묶어 함께 교섭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게 되면 교섭 결렬 시 원청을 상대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대제철은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려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이번 중노위 결정을 앞세워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일삼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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