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비상장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가 기업공개(IPO) 주관사 자리를 따 내려면 비상장기업 분석이 필수인 데다 자기자본(PI) 투자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4일 NH투자증권은 첫 비상장기업 분석 리포트 '비상장회담, N잡러의 시대'를 발간했다. 크몽, 숨고, 위시캣 등 인력 매칭 플랫폼기업을 다룬 자료다. NH투자증권에서는 최근 벤처캐피탈(VC) 출신의 오세범 애널리스트를 영입하는 등 5명의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비상장기업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KB증권은 지난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비상장회사 전담 조직을 꾸렸다. 기존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PI와 VC 경험이 있는 외부인력을 충원했다. DB투자증권도 현재 3명의 비상장 애널리스트를 두고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각 산업 전담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섹터 내 비상장 유망기업을 발굴하는 형태로 비상장업계를 분석하고 있다.
리서치센터가 비상장기업 분석을 확대하는 가장 큰 요인은 IPO 주관사 업무를 따 내기 위함이다. IPO를 앞둔 기업들은 경쟁 프레젠테이션(PT)를 진행해 주관사를 선정한다. 이 자리에서 증권사들은 IPO 주관경험 및 마케팅·IR 전략을 어필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 분석이 필요하다. 실제 나관준 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까지 바이오업종 애널리스트로서 관련 작업을 자주 돕다 올해는 주식발행시장(ECM) 부서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증권사의 PI 투자를 위한 의도도 있다. 유니콘 기업 등 굵직한 IPO는 대형증권사가 도맡는 경우가 많기에 특히 중소형증권사가 이 시장에 주력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자본 규모가 크다 보니 자기자본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며 "비상장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자 세미나 등 업무가 많은 기존 애널리스트와 달리 내부 투자심위보고서 작성 등 VC 업무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많은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최근 전문사모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비상장기업 투자를 검토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 역시 비상장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다. 시장의 관심에 힘입어 국내 유일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20년 말 시가총액이 17조원 수준이었으니 10개월 만에 거의 배로 불어난 셈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계속해서 비상장기업 분석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NH투자증권은 "상장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다"며 "일반 투자자들의 정보 비대칭성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정보제공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