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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통화전문가' 러 중앙은행 총재, 푸틴에 사표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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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통화정책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반려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나비울리나 총재는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거절당했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9년 동안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로 재임했으며 지난주에는 세 번째로 연임됐다. 임기는 앞으로 5년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나비울리나 총재의 사의 표명은 푸틴 대통령에게 ‘배신행위’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그동안 러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통화정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8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나비울리나 총재를 두고 “위대한 지휘자의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방 언론 및 해외 투자자들도 나비울리나 총재의 역량을 높이 샀다. 그는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를 맡은 동안 외환과 금 보유량을 늘렸고 부실기업 관리정책에 힘을 기울였다. 또한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을 옛 소련 붕괴 이후 최저치로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나비울리나 총재를 신뢰하게 된 외국인 투자자들이 러시아 국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나비울리나 총재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했을 당시 나비울리나 총재는 시장 통제 등에 반대하는 등 자유시장경제 성향을 분명히 드러냈고 푸틴 대통령도 이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나비울리나 총재가 푸틴 대통령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 자본통제 시행 등이 나비울리나 총재의 기존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기 때문이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25%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그동안 나비울리나 총재가 이뤄온 실적이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제 나비울리나 총재의 주요 임무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폭풍의 수습이 됐다는 평이다. 그는 이달 초 러시아 중앙은행 직원들에게 정치적 논쟁을 피하라는 화상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2013년 프랑스로 망명한 세르게이 구리에프 파리정치대학 경제학 교수는 “나비울리나 총재는 통제되는 금융 환경, 혹독한 제재 아래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한편 옛 소련이 붕괴한 이후 시장경제화 걔혁의 설계자 역할을 한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 특별대표는 최근 사임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1990년대 러시아의 재무장관 및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인물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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