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등 현대차그룹과의 ‘밀착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해 9월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현대차그룹의 현대캐피탈 직할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카드, 현대커머셜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금융 3사’로 불리며 정 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해 왔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작년 9월 현대캐피탈 경영에서 손을 뗐고, 기아가 현대캐피탈 지분을 늘리며 현대차그룹의 현대캐피탈 지분율이 99.8%로 증가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캐피탈의 결속력이 더 강화되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1993년 현대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로 출발했다. 현대캐피탈은 신용대출과 모기지론도 취급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판매를 지원하는 할부금융과 리스·렌트가 주력 사업이다. 작년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국내 자산은 30조6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75%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금융 자산이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과의 밀착경영은 강화될 전망이다.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자동차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현대캐피탈의 구상이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무디스와 S&P, 피치 같은 글로벌 신용평사들은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의 핵심 자회사라는 점을 반영해 현대캐피탈에 현대차와 동일한 Baa1(안정적), BBB+(안정적), BBB+(안정적)의 신용등급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도 두 회사를 동등한 크레딧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두 회사를 동일체로 보는 시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발맞춰 현대캐피탈도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미국과 중국, 영국, 캐나다 등 전세계 14개국에 18개 법인을 두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020년 인도네시아, 2021년 이탈리아에 지점을 설립한데 이어 올 초엔 프랑스에 ‘현대캐피탈 프랑스’를 출범시켰다.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은 2020년 유럽에서 자동차 리스 사업을 하는 ‘식스트리싱’을 인수한 뒤 ‘얼라인’으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 해외법인들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며 현지 법인들과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말 기준 현대캐피탈 전체 자산 약 105조원 가운데 해외자산은 74조원으로 국내자산(31조원)의 두배를 넘는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캡티브 금융법인들은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신사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2016년 전세계 자동차금융사 중 최초로 친환경 채권인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후 올해 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누적 약 3조4600억원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할부, 리스, 렌트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차와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략 사업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18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던 현대캐피탈은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 올해는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현대카드와의 경영 분리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한층 더 강력한 결속력을 갖게 됐다”며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및 기아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