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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물류 로봇·바이오칩…대학서 '잠자는 기술'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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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올 한 해 정부 38개 부처가 쓰는 연구개발(R&D) 예산은 29조7000억원이다. 5년 전인 2018년(19조7000억원)에 비해 50%가량 늘었다. 29조7000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9조4000억원(31%)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행한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5조5000억원), 방위사업청(4조8000억원), 교육부(2조4000억원), 중소기업벤처부(1조8000억원), 해양수산부(9000억원) 순이다.

R&D로 창출한 기술 성숙도(TRL)는 1~9단계로 나뉜다. 1~2단계는 기초이론, 특허 출원 등 기술 개념 정립 단계다. 3~4단계는 실험실, 5~6단계는 시제품 수준을 말한다. 수요 기업을 평가하는 7단계부터 제품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 8단계는 시제품 표준화 등 상용화 직전 단계고, 9단계가 양산 시점이다.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10조원에 가까운 R&D 예산은 대부분 TRL 4단계 이하에 머물러 있다. 수억원 이상 돈을 투입하고도 1~2단계에서 완전히 잊히는 연구도 부지기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최근 인선이 완료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R&D와 청년 기업가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사업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부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에서 창업 지원가이자 스타트업 대표로 거듭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타이드인스티튜트 설립자가 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으로 합류한 배경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잠자는 기술’ 상용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숨어 있는 공공 원천기술로 기업이 숨 쉬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공공 연구성과 활용 촉진 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나 출연연구소가 갖고 있는 우수한 기초·원천연구 성과물에 대한 기업 수요를 발굴해 상용화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TRL을 7단계까지 성숙시키는 것이 사업 목표다. 지난해엔 아주대(나노기술 기반 바이오 전자부품 소재 중개연구단), 포스텍(반도체 아날로그 배치설계 자동화 중개연구단), 한국생명공학연구원(미세조류 세포공장 중개연구단) 등 5곳을 선정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대학 오픈랩(Open Lab)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 산학협력단 내 오픈랩이란 조직을 별도로 설치하고, 지역 기업에 대학 보유 기술 이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충남대, 전남대, 제주대, 경북대, 인제대 여섯 곳을 선정해 지원했다.

수도권 대표로 선정된 한양대는 6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김우희 교수는 무기 EUV(극자외선) 레지스터 기반 원자층 증착법 등 차세대 반도체 공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만 등 3개 업체와 3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홍종욱 교수는 마이크로미터(㎛) 크기 바이오칩으로 미세유체 흐름을 제어해 엑소좀을 비파괴적으로 분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진핵생물에서 세포 간 정보 교환이 이뤄질 때 분비되는 물질인 엑소좀은 다양한 성분이 있어 정밀진단, 재생의료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다. 홍 교수는 기업 엑소티디엑스와 2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수술용 로봇 분야의 권위자인 이병주 교수는 물체를 잡고 옮길 수 있는 다기능 그리퍼를 개발해 로보에테크놀로지에 기술이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공공 연구성과 이전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스타(STAR: Science and Technology Acceleration for Region) 아카데미’다. 수도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대구·경북·강원권, 동남권 등 5개 권역에 6곳을 연내 신설한다. 기업에 재직 중인 기술인력이 지역 대학 등의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면서 석·박사학위를 딸 수 있는 대학원이다. 이런 실무형 대학원은 사상 처음이다.

오는 4월부터 2027년 말까지 6년간 총 423억원을 투입한다. 올해는 28억원을 지원해 240여 명을 선발한다. 입학 대상은 전국 기업부설연구소 재직자 4만여 명, 정부출연연구소 기술이전 관련 부서 재직자 1만여 명, 예비창업자 등이다. 선정된 스타아카데미는 ‘과학기술 실용화 학과’를 개설하고 3개 안팎의 전공(정책, 상용화 실무, 창업)을 운영해야 한다. 미래형 자동차, 소형모듈원자로(SMR)·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원, 지능형 로봇 등 신산업 분야 실무 교과를 개설할 것이 권장된다.

이 밖에 대학 교수나 연구소 직원이 직접 연구성과 상용화를 주도할 수 있는 ‘가치창출 기술키움’ 사업도 올해 처음 시작한다. 오픈랩이 대학 산학협력단 주도로 이뤄진다면 가치창출 기술키움은 연구자 개인이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신청하면 된다. 올해는 2개 연구단을 선정해 각각 9억원을 지급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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