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임원 및 감사 등의 임명 내역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 이른바 ‘알박기 인사’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2일 인수위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수위는 최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에 400여 개 공공기관의 최근 고위직 인사 내역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기존 임명 내역은 물론 5월 새 정부 출범 전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 주요 보직 내역도 포함됐다. 최근 임명된 인사와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의 연관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 공공기관 인사 자료를 들여다보겠다고 요구해 주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수위가 공공기관 현황을 살펴보는 건 통상적인 업무이기도 하지만 문 정부의 비협조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란 의미도 있다”며 “인수위가 특정 시점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대한 자료 요구는 국민의힘이 지난 15일부터 자체적으로 공공기관 인사 현황을 조사하고 있는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올해 들어서만 한국마사회 회장과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 주요 공공기관 15개 보직에 여권 인사가 임명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의힘은 ‘현 정부가 차기 정부 공공기관에 친여 성향 인사를 알박기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상임위원회별로 작년 12월 이후 부처 및 공공기관 임명 인사 현황을 조사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임원 및 감사의 임기·임명 관련 정보는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파악한 내용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기재부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를 토대로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 주요 보직의 임명도 연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상임이사, 예탁결제원 감사 등의 임기가 차기 정부 출범 전에 끝나 새로 임명해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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