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2일 08: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340곳을 넘어서는 가운데 특화 전략으로 성장하는 신생 자산운용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물류센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부동산 등 특화를 통해 대기업 계열이 아님에도 성장세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금융위원회가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 기준을 완화한 이후 2021년 말까지 국내 자산운용사로 신규 등록된 운용사는 300여 곳이다. 전체 344곳 중 88%가 최근 5년 사이 신규 등록한 셈이다.
다만 신생 자산운용사 300여곳 중 실제로 운용하며 실적을 쌓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자산운용사로 등록한 후 펀드 운용이 어려워 영업 수익 적자를 내거나 등록을 취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사 계열사가 아닌 한 자본금이 적은 신생 자산운용사들은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대부분 자산운용사 등록만 하고 운영은 안하는 '유령회사'로 있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일부 신생 자산운용사들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물류센터란 특정 자산을 선점해 성공한 운용사는 켄달스퀘어자산운용(2017년 집합투자업 인가)과 ADF자산운용(2015년 인가)이다.
캔달자산운용은 캐나다 연기금등 글로벌기관투자가들의 자금으로 남선우대표가 설립한 캔달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다. 남 대표와 김창현 ADF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물류전문투자회사인 프롤로지스에서 습득한 물류투자 경험을 토대로 한국 물류 전문 자산운용사를 세웠다. 켄달스퀘어자산운용은 국내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최초 물류센터 전문 리츠인 ESR켄달스퀘어리츠도 상장 시켰다. ADF자산운용도 국내 물류센터에 주로 투자하며 5조6000억원 이상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리츠AMC 설립인가를 받으며 물류센터 투자에 리츠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출신 송현석 대표가 세운 헤리티지자산운용(2019년 집합투자업 인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펀드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다. PF대출펀드나 중도금반환채권 기초 대출채권 투자, 시행사 개발사업 투자 등을 주로 해왔다. 이를 통해 설립 4년 만에 직원 수 80명이 넘는 중견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8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헤리티지자산운용의 강점인 부동산 PF와 연계해 위탁관리리츠를 만들 계획이다.
경영진의 해외 투자 경험과 인맥을 토대로 성장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도 있다. 도이치자산운용코리아 CEO를 역임한 황태웅 대표가 설립한 페블스톤자산운용은 2016년 전문사모운용업을 등록했다. 국내연기금의 자금이 주로 대형운용사 위주로 배분되는 것을 감안해 페블스톤은 설립 초기부터 해외 운용사들과의 파트너십을 집중적으로 쌓아왔다. 페블스톤자산운용은 자산의 용도변경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올리는 밸류에드(Value-Add)와 운영형 개발사업의 지분에 투자해 이익을 추구하는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전략에 집중해 수익을 창출했다. 최근에는 크레딧스위스, 하인즈 등 한국시장에 처음 진출한 해외 대형운용사의 물류센터 투자를 성사시켰다. 2021년 한해에만 1조원 규모의 물류센터 계약을 체결하였고, 2021년 당기순이익은 83억원을 달성하였다.
타이거대체투자운용은 2018년 설립 후 해외인수금융, 해외 인프라, 해외 부동산 대출펀드 등을 중심으로 실적을 쌓아왔다. 부동산운용업계에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오랜 업력을 갖춘 임원진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다가구 임대주택(멀티패밀리) 개발사업에 투자하며 실물 부동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설립 초기 6명에서 시작해 현재 30여명의 인력을 갖추고 있다. 2022년 현재 운용자산 6조5521억원, 운용펀드만 45개에 달한다. 2021년 영업수익 105억, 당기순이익 35억원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최근 4~5년 사이 빠르게 실적을 쌓고 있는 이들 자산운용사들의 향후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로 국내 연기금의 투자금으로 투자하고 실적을 쌓는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자본금이 열악한 신생 자산운용사는 정량 평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특화 전략을 잘 세워 경쟁력을 갖춘 일부 신생 자산운용사들은 경기 변동 속에서 경쟁력 있는 운용능력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