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 간의 오찬 간담회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윤 당선인이 노동계보다 경제계를 먼저 만난 것에서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참석한 것, 참석자들이 원탁에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폭넓은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은 것, 당선인이 회의 뒤 일일이 악수로 배웅한 모습 등은 지난 5년과 확연히 달랐다. 코로나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첩첩이 쌓인 상황에서 새 정부와 경제계 수장들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국민 불안심리를 다소나마 덜었을 듯하다.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윤 당선인의 태도다. 그는 간담회 내내 “말씀을 듣겠다” “조언을 바란다”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민간 주도 경제로의 전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원칙과 믿음’ 등을 언급하며 기업인들의 활약을 당부하면서, 정부 역할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방해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경제는 어디까지나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그 보조 역할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극히 원론적이고 당연한 얘기지만, 경제계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난 5년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부터 재벌개혁과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삼고, 5년 내내 기업들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가 고용과 투자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재정을 풀었고, 노골적인 노조 편향 정책으로 기업을 코너로 몰아세웠다. 그 결과 재정은 재정대로 망가지고, 고용과 잠재성장률은 참사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뒤늦게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언급했지만, 그간 행적을 감안할 때 공허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을 뿐이다.
윤 당선인은 경제계와의 첫 만남이 순조롭다. 기업들도 당선인의 겸손한 모습에 고무돼 규제·노동개혁의 시급성 등에 관해 격의 없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관건은 추진력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공약에 대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되 상황에 따라 탄력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반대 진영에선 “최악의 야근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호도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초심(初心)을 잃지 말고 경제주체들과의 부단한 소통과 협력 속에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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