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을 가장 신경 쓰고 챙긴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분들이다. 안색을 살피며 식단과 영양제를 챙기고, 운동하라고 등을 떠민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은 질병 등 가족 내력을 염려해 주의를 준다. 아프면 동네 병원을 찾아가서 어떤 단서라도 될까 싶어 증상, 건강 상태뿐 아니라 먹은 것, 생활 습관까지 민망할 만큼 늘어놓는다.
성인이 된 지금 내 건강을 챙기고 걱정해주던 그런 따뜻함이 그립다. 한 해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지만, 몇 장의 종이에 무심하게 적힌 ‘경계’ ‘의심’이 신경 쓰이는 것은 단 10분. 운동하고 금주, 금연해야 한다는 똑같은 조언은 몰랐던 것도 아니다.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면 달라진 것이 없다. 아픈 것을 낫게 하는 ‘Cure’(치료)보다 건강을 유지하는 ‘Care’(보살핌)가 우리 일상에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내가 원하는 대로 내 건강정보를 모으고 활용할 수 있는 건강 마이데이터가 바쁜 우리에게 보살핌을 돌려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마이헬스웨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진단, 치료 정보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의 생체신호도 내 손에 들어온다. 걸음·심박수뿐 아니라 혈압, 혈당, 몸무게,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하고, 수면 패턴과 운동량을 분석한다. 금융 마이데이터의 지출명세에서 음주, 흡연, 식단, 영양 등 주의가 필요한 생활 습관을 식별할 수도 있다. 생활 습관과 건강 간의 인과관계가 분석 가능해진다. 치료받으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된다. 가족의 데이터를 모으면 가족력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나의 동의를 받아 동네 병원에서 활용한다면? 편한 시간에 가까운 병·의원에서 소상한 나의 건강 데이터를 펼쳐 놓고 주치의와 상담할 수 있다.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과거 의료 기록을 참고해 불필요한 검사 없이 진료하고 일상의 건강관리를 조언한다. 식습관부터 운동량까지 챙겨 보는데, 가끔은 잔소리로 들린다. 대형 병원에서는 한 시간을 기다려도 3분 진료받기가 부담스럽지만, 동네 의사는 눈인사하고 나를 공감해준다. 그리고 그 동네의 건강 연구자, 건강 지킴이가 된다.
더 나아가, 이렇게 주치의와 내가 같이 관찰하고 관리해 온 건강 데이터는 익명 처리 후 기부 또는 판매돼 임상시험 데이터로서 의료기관·제약회사의 연구와 더 나은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마이데이터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마이데이터 분야로 ‘건강 의료’가 가장 높은(42.0%) 인기를 얻었다. 구체적 서비스로 의약품 수령 간소화, 투약 이력 관리, 맞춤 검사 추천 등이다. 빅데이터나 머신러닝, 로봇 의사가 의료과학 기술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내 일상의 불편함을 없애고 무엇을 해야 할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친절함이 더 필요하고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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