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대면수업과 실시간 화상수업을 동시에 신경 쓰느라 질문받기도 버거워합니다. 카메라가 중간에 꺼지거나 장비 설치에만 15~20분이 걸려 수업에 차질이 생긴 날도 허다해요.” (연세대 4학년 오모씨)
대학 캠퍼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대면수업과 실시간 화상수업을 동시에 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대면수업에 참가할 수 없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되레 수업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8~14일 대학생 확진자 수는 3만8392명이다. 전주(1~7일)의 2만1770명보다 76.4% 급증했다. 전국 대학 재학생 수가 약 254만 명임을 고려할 때 50명 정원인 수업을 기준으로 수업당 1명꼴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는 대면수업을 실시간 화상수업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려대는 확진·격리를 이유로 대면수업에 불참하는 사람이 한 명 이상 발생하면 대면수업과 실시간 화상수업을 병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병행수업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녹음 및 녹화자료 등을 제공한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교수와 학생의 협의에 따라 여러 방식이 가능하다는 게 기본방침이지만, 확진자 발생 시 대부분 대면수업과 실시간 화상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학생들을 배려한 조치라지만 정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불만이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교수들의 기기숙련도에 따라 수업의 질이 차이 난다”며 “마이크와 스피커를 체크하고 줌의 발표자료 공유 화면과 강의실 화면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교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화상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불만은 더 크다.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정모씨는 “코로나19에 확진돼 실시간 화상수업을 듣고 있는데 음질과 화질이 떨어져 집중하기 힘들다”며 “벌써 코로나 3년차인데 아직까지 이러나 싶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대면강의와 실시간 화상강의를 병행할 시 교수와 마이크·카메라 간 위치에 따라 음향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강의하는 교수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글쓰기’ 과목을 가르치는 박모 교수는 “강의실 한쪽에 카메라를 틀어놓고 대면수업과 실시간 화상수업을 동시에 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은 두 마리 토끼(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다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강의 방식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7일 대학의 대면수업 원칙을 발표하며 일관된 학사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업 방식은 학생의 근로·주거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대학 현장에서 일관된 학사 운영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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