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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실버케어, 롯데가 가장 잘 할수 있다"…그룹 총동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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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실버케어’를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로 한 것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감에서다.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신동빈 회장(사진)은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실버산업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국내 실버산업은 150조원 규모로 아직 초창기지만 글로벌 시장은 한국의 100배가 넘는 15조달러(뱅크오브아메리카 2020년 추정)에 달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실버산업에 본격 뛰어든 곳이 없다는 점도 롯데가 전 계열사에 총동원령을 내릴 정도로 실버케어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실버에서 금맥 캐라”, 특명 받은 롯데호텔
롯데는 최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중국발 한한령, 사법 리스크 등 2020년까지 ‘잃어버린 5년’을 보내야 했다. 삼성이 바이오의약품 제조로, LG가 전기자동차 배터리로 영역을 확장하고 SK는 반도체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는 동안 롯데는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5조9000억원이던 총투자액은 2020년 4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신규 투자 역시 같은 기간 2조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2016년 1월 10만원을 넘나들던 롯데지주 주가가 3만1100원(18일 종가 기준)으로 추락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실버케어는 롯데가 공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신 회장은 올초 상반기 VCM(사장단 회의)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20일 롯데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총투자액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실버케어 시장에 당장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것은 아니다”며 “실버타운 건설 및 운영을 시작으로 롯데 전 계열사가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노하우를 쌓으면서 대규모 투자를 늘려나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가 실버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첨병으로 내세운 곳은 롯데호텔이다. 마곡, 오시리아에 조성할 실버타운의 운영을 맡아 각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내라는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호텔HQ 총괄로 깜짝 발탁된 안세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커니 출신으로 2005~2017년 LG그룹과 LS그룹에서 다수의 신사업을 추진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실버타운 운영을 기점으로 롯데호텔의 비전을 라이프케어 비즈니스로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버타운에 롯데 계열사 역량 집중
롯데는 실버타운이 시니어 빅데이터의 보고(寶庫)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별 건강정보를 비롯해 고령 인구의 각종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사물인터넷 기기는 삼성, LG가 제조하지만 이를 구현하려면 소비자 행동에 근거한 맞춤형 솔루션이 더 중요하다”며 “롯데정보통신 등 롯데의 정보기술(IT) 역량을 총동원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이달 초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하고 실버타운과의 연계를 핵심 사업으로 삼았다.

VL이라는 브랜드로 2024년 첫선을 보일 롯데 실버타운은 최고급 주거 시설 외에 각종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예컨대 롯데호텔·푸드·중앙연구소가 고혈압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단을 개발하고 이를 밀키트로 제조하는 식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특급호텔을 능가하는 편의 지원뿐만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와 연계한 각종 교양강좌, 롯데재단을 통한 사회 공헌·재능 기부 프로그램, 롯데JTB가 제공하는 여행 패키지 등 다른 실버타운에는 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형 럭셔리 실버타운을 지향하는 VL의 입주비는 보증금 9억원에 한 달 생활비 300만원(오시리아)~500만원(마곡)이다. 현재 3대 실버타운으로 꼽히는 더클래식500(광진구, 보증금 9억원, 생활비 423만원) 더시그넘하우스(강남구, 6억원, 300만원) 삼성노블카운티(용인, 3억2000만원, 417만원)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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