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CJ CGV의 자금 조달 비용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탓에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 특수목적회사(SPC)는 이달 두 차례에 걸쳐 CJ4D플렉스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 유동화증권(ABS) 총 1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CJ4D플렉스는 CJ CGV의 자회사다. 이 과정에서 확정한 이자비용은 똑같이 연 5.75%로 나타났다. 만기는 모두 2024년 7월, 신용등급은 CGV와 같은 ‘A-(안정적)’로 평가받았다. 유사시엔 모회사인 CGV에서 대신 빚을 갚아주는 ‘자금보충’ 계약을 담고 있다.
이 ABS의 발행금리는 동일 신용등급 채권들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국내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현재 ‘A-’ 등급 일반회사채 금리는 연 3.3%(2년물 기준) 안팎이다.
이달 들어 하루 60만 명 넘는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CJ CGV의 단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채권 투자자들의 평가다. CJ CGV는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뛰어난 사업 안정성을 바탕으로 동일 등급보다 낮은 이자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팬데믹 선언 두 달 뒤인 2020년 5월 연 2.23%였던 3년 만기 사모사채 금리는 그해 12월 다시 발행할 때 3.80%로 치솟았다. 2020년 7월 2209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본을 확충했지만, 투자자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
CJ그룹 회사채 발행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임원은 “CJ CGV가 유상증자와 영구채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어 좋은 조건에 투자자 수요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CJ CGV의 연결 순손실은 작년 1~9월에 3338억원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4344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2018년 이후 4년 연속 순손실이다. 김수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평가보고서에서 “영화 상영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아 매출이 수익구조를 좌우한다”며 “실적 부진에 따른 추가적인 재무구조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J CGV는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2020년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대출 포함)를 발행하기도 했다. 신용등급은 팬데믹 이전 ‘A+’에서 두 단계 떨어졌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