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인터배터리’ 전시회는 글로벌 모터쇼를 방불케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주요 참가 업체들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최신 전기차를 대거 선보이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의 폭넓은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배터리 3사는 자사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점을 소개하는 한편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일정 등을 알리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신 전기차 대거 전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대형 전기 픽업트럭 허머EV를 부스 전면에 배치했다. 국내 첫 전시된 허머EV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공동 개발한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직접 시승한 뒤 “굉장한 차”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차량이다. 허머EV 옆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Y가 전시됐다.SK온 부스는 전기차를 세 대나 배치해 ‘미니 모터쇼’ 같은 모습이었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모델 ‘SF90 스파이더’를 내세워 주행 성능이 최우선인 슈퍼카도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SK온은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V60와 메르세데스벤츠 EQA도 함께 전시했다.
삼성SDI는 BMW 최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와 전기 쿠페 i4로 전시장을 채웠다. iX와 i4는 삼성SDI의 최신 배터리 ‘젠5’를 탑재했다. 젠5는 니켈 함량을 88%까지 늘린 하이니켈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출력이 높은 전기차를 제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래 배터리 선점 경쟁
배터리 3사는 미래 배터리 로드맵도 소개했다. 삼성SDI는 2024년 젠6(니켈 91%), 2026년 젠7(니켈 94%)에 이어 2027년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높인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SK온은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NCM9을 전면 배치해 기술력을 뽐냈다. 이 배터리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된다. SK온은 2029년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을 98%까지 높인 배터리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 4원계 배터리(NCMA)를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27년 리튬황 배터리,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내놨다. 리튬황 배터리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인 경량화 배터리로, 도심항공교통(UAM) 등 비행체에 적합하다.
배터리 CEO “원자재 공급망 우려”
전시회에 참석한 배터리 3사 사장들은 최근 원자재 공급난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전영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삼성SDI 부회장)은 “지금까지 많은 원자재 공급사를 발굴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업계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배터리 생태계가 잘 육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원소재 공급의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장들은 원재료 확보와 생산 물량 확대 계획도 밝혔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주요 원재료 업체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비롯해 소수 지분투자,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미국 내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사 설립에 집중하고 있고, 전략에 따라 장기적으로 미국 내 단독공장 설립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재 기업도 신기술 대전
포스코케미칼, 고려아연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참가해 차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수명을 늘려주는 단입자 양극재를 전시했다. 하이니켈 배터리 N96에 들어가는 단입자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안정성과 수명을 높인 소재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은 고순도 황산니켈·동박 등을 전시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순도 황산니켈은 별도의 가공 없이 바로 양극재 생산공정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김일규/남정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