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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3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렸다. 내년까지 추가로 10차례(올해 6번, 내년 4번)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Fed가 물가 잡기를 금융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까지 최대 10차례 추가 인상
Fed가 16일(현지시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사실은 일찍부터 예고됐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0.25%포인트 인상폭까지 미리 알렸다. 갑작스러운 금리 변화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Fed는 이르면 오는 5월부터 8조900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자산(대차대조표) 규모도 줄일 계획이다.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양적긴축을 금리 인상과 병행해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매파’ 우려 잠재운 파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회의 결과에 시장은 요동쳤다. 우크라이나 긴장 해소 소식에 상승하던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시장을 다독인 것은 파월 의장이었다. 그는 “경기 침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가계와 기업의 재무제표가 상당히 좋다”고 했다. 미국 노동시장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물가상승률이 2%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필요하다면 한 번에 0.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식시장은 급반등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55% 올랐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24%, 3.77% 급등해 ‘안도’ 랠리를 펼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가 상당히 현실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제프리스도 “Fed가 제시한 경제전망은 거대한 전환”이라며 “FOMC 위원들이 마침내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책임을 인정한 것 같다”고 했다.
침체 없이 물가 잡기 가능할까
Fed의 금융정책이 성공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팬데믹 경제에선 벗어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Fed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지만 조금 늦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있다”며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의 잉여 저축액이 2조7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인 것도 경기 후퇴 우려를 낮췄다.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17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전날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렸다.
이지현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