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대형 우량주인 블루칩(blue chip) 반열에는 들지 못하지만 양호한 실적에 기초한 주가 상승의 기회가 있는 종목을 '옐로칩'(yellow chip)이라고 합니다. 보통 블루칩에 비해 가격이 낮고 업종 내 위상도 블루칩에 못 미치는 종목군을 말합니다. 대기업의 중가권 주식, 경기변동에 민감한 업종 대표주, 중견기업의 지주회사 주식 등을 흔히 옐로칩으로 봅니다. 가격부담이 적고 유통물량이 많아 블루칩에 이은 실적장세 주도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옐로칩을 부동산 시장에 적용하면 '옐로칩 아파트'(yellow chip apartment)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원회를 꾸리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향후 부동산시장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까지 좋아질지는 알 수 없지만 투자 관심 지역과 상품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규제가 집중됐던 지역과 상품은 ‘서울 도심’과 ‘재건축’입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는 서울 3도심의 기능을 고도화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재건축 아파트는 가장 심한 규제를 받았던 상품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이 가격이 올랐고 관심도도 높아 투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있으며 금액대도 높아 어지간한 현금 동원력이 아니면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높은 가격대는 여전히 부담입니다.
하지만 옐로칩 아파트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옐로칩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아파트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풍부한 곳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있는 아파트를 의미합니다. 신규 지하철 개통노선 주변, 신도시, 뉴타운 등 개발호재가 뒷받침되어 불황에 강하면서 미래가치가 높은 곳이 이에 해당합니다. 블루칩 아파트의 조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블루칩아파트가 가진 환경적 혜택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매입하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옐로칩 아파트가 가진 가장 주요한 특성은 ‘저평가’와 ‘미래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5년 시점에서 본다면 수도권 신도시인 '위례'와 '마곡' 정도가 옐로칩 아파트에 포함되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블루칩 아파트가 대단지, 첨단, 고가, 최초 등의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옐로칩 아파트는 앞에서 이야기한 주요한 특성마저도 모호한 측면이 많은 아파트입니다. ‘저평가’와 ‘미래가치’라는 것이 대단지, 첨단, 고가, 최초처럼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개념이 아니라 발품과 지식 습득을 통해 발굴해야 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블루칩 아파트는 랜드마크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멀리서만 보아도, 발굴하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발하는데 반해 옐로칩 아파트는 끊임없는 발품과 트렌드 변화를 읽어야 합니다. 블루칩 아파트가 쉽게 투자할 수 있는데 반해, 옐로칩아파트는 발굴과 검토를 몇 번씩이나 거쳐야 겨우 계약 여부를 고민하게 됩니다.
당분간 옐로칩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여건이 좋아지면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아파트. 계속적인 개발이슈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어도 이를 미래가치로 대체할 수 있는 아파트. 시세상승을 주도하지 않지만 틈새시장에서 소리 소문 없이 오를 수 있는 아파트. 바로 옐로칩 아파트입니다.
옐로칩 아파트를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아파트를 선택할 때 여러 요소들이 모두 충족된 블루칩 아파트와는 다르게 부족한 부분을 눈여겨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파트의 프리미엄이나 가격상승의 원인이 되는 요소 들 중에 1~2가지가 부족한 아파트를 고르는 겁니다. 강남 지역이라면 대단지가 아닌 주상복합 등도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분양할 때나 처음 매입할 때는 가격이 대단지 일반아파트에 비해 저렴하지만 가격상승률 측면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하게 봐야할 점은 부족한 부분이 채워질 수 있느냐입니다. 교통여건이나 생활인프라 등이 나중에는 개선된다는 확신만 있으면 가장 좋은 옐로칩 아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유의사항으로는 아파트 시장의 투자수요도 순환매매에 익숙하다는 점입니다. 강남재건축부터 시작해 강남의 일반아파트, 강북아파트, 신도시, 지방광역시 등입니다. 이러한 순환매매 상에 위치한 아파트인지, 옐로칩아파트인지의 구분이 모호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시장의 순환매매 사이클에서 내가 보유한 아파트가 올랐을 뿐인데 옐로칩아파트로 착각해 계속 보유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투자 면에서 본다면 블루칩 아파트는 안정성이 장점입니다. 옐로칩 아파트는 수익성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블루칩은 대세하락이 오지 않는 한 가격 하락이 거의 없으며 침체기를 벗어나면 가장 먼저 꿈틀거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옐로칩은 주택시장 회복기에 진입하면 블루칩이 꿈틀 거린지 이르면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동반상승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대세하락 시 일반 아파트보다 더 빨리 하락할 수 있습니다. 옐로칩 아파트가 올랐던 이유는 다양한 호재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가 대세하락기에는 아파트 가격 하락을 온전히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옐로칩아파트는 언제 갈아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아니 처음 매입할 때부터 매도의 타이밍을 결정하고 호재들이 충족되는 시점과 타이밍을 저울질 하면서 트렌드의 변화를 끊임없이 체크해야 할 것입니다. 수익성이 높다는 장점을 가진 옐로칩 아파트는 위험도 높을 수 있습니다. 수익과 위험은 당연히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의 기본기를 갖춘다면 옐로칩 아파트도 도전해볼 가치가 있을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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