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있어도 코로나 검사 안 받을 겁니다. 생활지원비가 고작 10만원 나온다는데 진통제 먹고 일하는 게 낫겠습니다.”
배달업을 하는 박모씨(48)는 코로나19 생활지원비가 대폭 깎였다는 소식에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16일부터 코로나 입원·격리자에게 지급되는 생활지원비가 가구 내 1인 10만원, 2인 이상 15만원 정액 지급으로 변경되자 사방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4일 생활지원비 개편안을 발표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생활지원비 신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예산이 바닥났다는 현장의 아우성과 언론 보도를 본 뒤에서야 부랴부랴 지급 기준을 낮추는 ‘뒷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생활지원비는 확진 통보 일자 16일을 전후로 가구당 절반 또는 4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어든다. 지난 15일 4인 가족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생활지원비 24만4370원(7일 격리 기준)을 받고, 4명 모두 확진이면 65만2000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 뒤인 16일에 통보가 왔으면 1명 10만원, 4명 확진이라도 15만원만 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확진자가 아니더라도 밀접 접촉자로만 분류되면 가족 수대로 최장 14일까지 생활지원비를 지급했다. 작년에 4인 가족이 총 123만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새로 적용되는 생활지원비는 10분의 1토막 수준이다.
이같이 바뀐 지침에 대해 생활지원비를 받는 사람도, 받지 않는 사람도 모두 불만이다. “생활지원비가 아니라 위로금 아닌가.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사나”, “하루 차이로 금액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 말이 되나”, “하루 확진자가 40만 명이 넘었는데 차라리 주지 말아라. 혈세가 아깝다”는 등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 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중앙정부가 생활지원비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조1500억원을 편성했지만 이와 같은 금액을 매칭해야 할 지방비가 턱없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국비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추경까지 코로나 생활지원비로 들어간 예산은 총 3조88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누구도 행복해하지 않는 생활지원비를 두고 “애초부터 설계가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반부터 격리로 인해 생활고를 겪게 될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왔다면 정부와 지자체 재정이 이렇게 일찍 거덜 날 일도, 혜택 축소로 국민의 불만이 폭발할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방역당국의 확진자 추산이 엉망이었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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