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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생산·가격 담합' 하림·올품·마니커 등 16개 업체에 과징금 175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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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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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 서민 음식인 치킨 등에 사용되는 육계 신선육 가격을 12년간 다양한 수단으로 담합한 제조·판매업자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업계 1위 하림을 비롯해 사업자 16곳에 대해 과징금 총 1758억원을 부과하고 올품 등 사업자 5곳은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육계 신선육 시장 점유율 77%를 차지하는 사업자 16곳이 약 12년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시정 명령 대상은 하림지주와 하림·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참프레·마니커·체리부로·사조원·해마로·공주개·대오·씨.에스코리아·금화·플러스원·청정계이다. 이중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씨.에스코리아는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반영, 과징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 등 5곳은 과거 법 위반 전력과 법 위반행위 가담 정도, 공정위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사업자는 2005년 11월25일부터 2017년 7월27일까지 총 45회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출고량·병아리 입식량 조절 합의 등 이용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담합했다.

    육계 신선육 판매 가격과 생산량, 출고량, 구매량 등을 담합하는 과정은 사업자들이 가입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모임 통합경영분과위원회(통분위)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담합 기간 사업자들은 총 60차례에 걸쳐 회합을 개최해 판매가격을 합의하고, 이후 이행 여부를 점검하거나 실제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는지 분석 및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하림, 올품, 한강식품 등 사업자 14곳은 16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결정 요소를 인상하기로 합의하거나 가격 할인 경쟁을 제한했다. 할인 하한선을 설정하거나, 할인 대상 축소 등을 합의하는 식이었다.

    2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는 방법으로 출고량을 줄인 담합 내역도 적발됐다. 육계 신선육을 시중에 공급하면 공급량 증가로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육계 판매가격 구성 요소 중 생계 시세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거나 유지하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생계 구매량을 늘리는 합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례로 통분위 회의 자료에는 사업자들이 성수기인 복날 기간 생계 시세 상승을 위해 외부 구매 및 냉동 비축을 합의한 사실이 담겼다.

    비축된 물량은 가격이 원가 이상 오르기 전까지 방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도 들어갔다. 또한 통분위는 이같은 비축으로 생계 시세가 1㎏당 300원 올라 사업자들이 총 136억원의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 내용도 제시했다.

    사업자들은 또 2012년 7월24일부터 2016년 7월25일까지 9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핵심 생산 원자재인 종란(달걀)과 병아리를 폐기·감축하는 방식으로 육계 신선육 생산량을 줄이기도 했다.


    육계 제조·판매업자들은 공정위의 심의 과정에서 출고량·생산량 조절 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따른 행위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의 공동행위와 관련해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바가 없고, 정부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근거 법령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심의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근거법령이라 제시한 축산법 등 법률들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허용해주는 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업계 반박에 대해선 앞서의 다른 사건과 관련해서는 비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 기간이 장기간인 만큼 관련 매출이 12조원이라 과징금이 많은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2% 정도로 다른 사건보다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 출고량 담합 사건의 경우 부과 기준율이 3%였고, 빙과류 제조·판매업체의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사건의 경우 5%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업체들의 어려운 사정 등을 충분히 고려해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조 국장은 "공정위가 2006년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을 적발해 시정조치했음에도 재차 담합이 발생했다.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고발 조치 등 엄중 제재해 향후 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국에 식품·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생계 위협형 담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로 심의 후 제재할 계획이다.

    육계협회는 공정위 제재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협회는 "신선육 특성과 관련 법령 및 농림축산식품부 등 유관 부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공정위 입장만을 앞세운 처분"이라며 "사업자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어 도산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육계협회는 민간 계열화사업자와 사육농가를 회원으로 하는 닭고기 생산자 단체로 농림부에 의해 인가되고 감사·감독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회원사와 함께 정부의 수급 조절 등의 정책을 성실히 수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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