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 순안비행장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용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의 감시가 쉬운 순안비행장에서 ICBM 발사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놓고 ‘무력 시위’를 벌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 ‘대북 관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위성서비스 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12일 촬영한 순안비행장 위성 사진에 2개의 새로운 콘크리트 토대가 설치된 것이 포착됐다고 15일 보도했다. 각각 폭 50m에 길이 220m, 100m 규모의 콘크리트 토대는 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을 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다. 지난 8~9일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구조물은 순안비행장 북쪽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에 마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토대 설치는 명확한 ICBM 발사 징후로 평가된다. 지반이 연약한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TEL이 망가지거나 미사일 궤도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7년 7월 ICBM ‘화성-14형’, 같은 해 11월 ICBM ‘화성-15형’도 미리 만든 콘크리트 토대 위에 올린 TEL에서 발사했다. 브루스 배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연료가 가득한 미사일을 실을 경우 TEL은 매우 무거워진다”며 “ICBM 같은 대형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를 견딜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ICBM을 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를 ‘정찰 위성’ 시험 차원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위성 발사를 하려면 고정식 발사대가 있는 동창리가 유력 후보지라는 점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동창리 발사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ICBM 발사를 순안비행장에서 준비하는 것은 한·미에 대한 고강도 압박 차원으로 분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순안비행장은 다른 곳들과 달리 (주변이 막히지 않은) 개활지라 한·미가 감시·정찰하기도 더욱 쉽기 때문에 북한이 보란 듯 (발사 준비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TEL에서 발사하고 위성이라 주장하긴 어렵기 때문에 무력 긴장을 크게 조성해 한·미를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회담한 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최근 긴장 조성 행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이날 “미8군 제35방공포병여단이 검증훈련 강도를 강화했다”며 요격미사일 전개·배치 훈련 내용과 사진을 공개했다. 35방공여단은 정해진 모의전투 상황 아래서 요격용인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특정 장소로 전개하고 대공 및 미사일작전을 수행했다. 주한미군이 훈련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의 ICBM 발사 동향에 대북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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