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2월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정부의 부양 정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봉쇄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3월 이후 경제 상황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월 중국의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산업생산은 연 매출 2000만위안(약 39억원)의 제조업·광업·유틸리티 기업들이 창출한 부가가치의 합계로 산업현장의 활력을 보여준다. 보통 월 단위로 발표하지만 춘제(설) 연휴가 있는 매년 1~2월에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묶어서 나온다.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작년 9월 전국적인 전력난 때문에 3.1%까지 떨어졌다가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12월에는 4.3%까지 떨어졌다. 1~2월 시장 예상치는 3.9%였다. 실제 발표치는 전월이나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주요 구성 항목 가운데선 공업기계류의 증가율이 29.6%에 달했다. 자동차 생산량도 11.1% 늘어났다. 반면 조강 생산은 10%, 시멘트 생산은 17.8% 줄었다. 주택 경기 부진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1~2월 소매판매도 6.7% 늘어났다. 국제유가 강세에 석유제품 판매액이 25.6% 커졌다. 식당 매출은 8.9%, 담배와 주류는 11.4% 늘었다. 반면 가구류는 6% 감소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10월 4.9%, 11월 3.9%, 12월 1.7%로 떨어지는 추세였는데 이번에 강하게 반등했다. 시장 예상치는 3%였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고정자산투자도 크게 올라갔다. 1~2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2.2%로 작년 12월 4.9%를 상당히 웃돌았다. 1~2월 시장 예상치도 4.9%였다. 제조업 투자가 20.9% 늘었고, 그 중에서도 전자기계제조가 56.4%, 컴퓨터·통신기기제조가 35.1%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가통계국은 "1∼2월 국민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 일부 산업군에 활력을 주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1~2월 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발생한 충격과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중국의 강도 높은 통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를 반영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상당히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날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전분기 대비)을 기존 0.6%에서 0%로 하향했다. 연간 성장률 전망도 5.3%에서 5.1%로 내렸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당국은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선전을 전면 봉쇄하면서 경기 회복보다는 코로나19 통제에 중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IB들 가운데 중국 경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분석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국적인 코로나19 봉쇄가 경기를 크게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