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앞으로 5년은 어떻게 달라질까. 새 대통령의 국정 운영 구상을 알 수 있는 첫 바로미터는, 대통령 취임사다.
취임사엔 5년 나라 살림 공약은 물론, 시대 정신과 미래 전망까지 담겨왔다. 20대 대통령의 첫 연설엔 무엇이 담겨야 할까. 15일 방송되는 KBS 시사기획 창 '대통령은 '말'했다'에서는 지난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돌아보고 그 답을 찾아본다.
■ 사라진 대통령 취임사...발굴· AI 복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사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이 전 대통령은 새 국가 수립을 이야기하면서도, 반공과 경제 살리기를 취임 때 말했다. 한국전쟁 이후 상황을 담은 연설이었다. 군사쿠데타로 취임한 박정희 5대 대통령은, 첫 취임사에서 “독재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수호” “소수자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총 5번의 취임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조국근대화, 산업화를 강조하면서 여기에 국민이 의무적으로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1대 대통령 취임 연설은 원고만 남아있고 음성이나 영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같은 대표 연설도 육성으로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유신의 정당성을 강조한 8대 대통령 취임 연설이나, 예외적인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이 영상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이에 <시사기획 창>은 AI로 두 대통령의 육성을 복원해 연설을 살려봤다.
■ ‘나는’ ‘본인은’에서 ‘저는’으로 가기까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13대 대통령 노태우는 유세 때처럼 취임사에서도 ‘보통사람’을 외쳤다. ‘나는’ ‘본인은’ 으로 대통령 자신을 지칭하던 단어도 ‘저는’으로 낮췄다. 문민정부가 시작된 김영삼 14대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개혁’을 약속했고 곧이어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가 실현됐다.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IMF 외환위기와 아들 현철 씨 사건까지 이어지며 거듭 대국민 사과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 사과 연설의 배경을 알아봤다.
처음으로 여야가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 취임사에도 ‘최초’가 많았다. IMF 시대 한복판에 취임해 경제 문제를 중점적으로 말하면서, 벤처 육성과 대기업 개혁을 처음 언급했다 또 남녀 차별과 여성의 권익보장을 취임사 중 최초로 말하기도 했다.
■ ‘최서원’에 가려진 박근혜 연설비서관 첫 인터뷰...국민이 바라는 취임사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 ‘연설’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평화’를 가장 많이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상황을 반영한 취임사였다. ‘탈권위 화법’으로 화제가 됐던 노 전 대통령의 연설 뒷이야기도 들어봤다.
‘경제 살리기’를 약속하며 등장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경제와 실용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 등을 말하며 경제를 이야기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산업 구조를 말했다면, 박 전 대통령은 문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한 것이 차별점이었다. <시사기획 창>은 언론사 최초로 박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인터뷰했다. 취임사부터 각종 연설문을 써줬다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존재에 대해 들려줄 예정이다.
■ 퇴임 앞둔 문재인 대통령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 공언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을 맞아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 낮은 자세로 일하며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5년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대선 패배로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반응은 싸늘하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0년 지방선거 완승부터 2020년 총선 때 완승까지 딱 10년간 우리는 노무현 유훈 시대를 살았는지 모른다"면서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노무현의 가치는 '대연정'을 제안할 정도로 담대했고 '장관 절반이라도 내주겠다'는 '의연함'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하지만 문재인 시대에 들어 노무현의 원수를 갚는다는 미명 아래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하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냥 따라갔고, 그것이 오늘날의 민주당을 만들었고, 결국 대선에 패배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시사기획 창>은 각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담당자들을 인터뷰해, 각 연설의 의미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KBS 공영방송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이 새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듣고 싶은 키워드를 알아봤다. 이를 통해 새 정부가 이끌어야 할 대한민국에 대해 분야별 자문단과 함께 분석해본다. 시사기획 창 '대통령은 ‘말’했다' 편은 15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