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면적 41.2% 태워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현장지휘본부 브리핑에서 “9일간 이어진 울진 산불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며 “진화 소요 시간은 13일 오전 9시까지 총 213시간에 달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오후 10시 경북·강원 산불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경북 지역에 전국 소방 차량 등 장비 2599대와 총 6972명이 동원됐다.산불 진화를 위해 꾸렸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했다. 정부 차원의 산불 피해 복구 계획은 다음달 초 내놓기로 했다.
이번 산불은 1986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피해를 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림 피해 면적은 총 2만4940㏊로 추정된다. 서울시 면적(6만520㏊)의 41.2%로, 이전 최대 산불인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을 넘어섰다.
갈수록 피해 커지는 산불
산림당국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등산객의 구조적 증가 추세, 기후 변화 등의 요인으로 산불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커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월 1일~3월 15일에 발생한 산불은 2020년 80건→2021년 126건→2022년 245건으로 불어났다. 산림청이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설정한 2월 1일~5월 15일 중 4~5월에 등산객이 급증하는 만큼 이미 사상 최대 산불이 발생한 올해는 예년에 비해 피해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지구 온난화도 산불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온이 오르면 토양의 수분이 더 많이 증발하게 된다. 나무들이 바짝 말라 산불의 연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와 토지 사용 변화로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경제적 피해도 크다. 행안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1~2020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주택 소실 등 직접적 경제 피해 규모는 6758억원이다. 이번 산불 피해(추산액 1700억원)를 더하면 그 액수는 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송이버섯 등 산불 발생 지역 내 임산물과 소나무 피해 등을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당장 이번 산불로 지난해 전국 송이버섯 채취량(10만2193㎏)의 약 10%를 차지한 울진 지역 송이버섯 산지가 초토화됐다. 조달청 고시가격 기준으로 그루당 18만~1650만원인 소나무 피해액도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울진군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중단 등의 여파로 재정자립도가 2017년 17.4%에서 지난해 14.6%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초대형 산불로 인해 추가 재원 소요가 발생한 만큼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근본적 해결책 고민할 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산불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게 첫 번째로 꼽힌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낙뢰 등 자연현상으로 발생한 산불은 연평균 4건뿐이다. 이 기간에 발생한 산불 연평균 481건 중 336건 이상은 입산자·소각·담뱃불·성묘객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산불이 났을 때 빠르게 진화할 수 있도록 임도(林道)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 주요국의 ㏊당 임도는 △독일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 등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3.81m에 불과하다. 시민환경단체가 산림을 훼손한다고 임도 개설을 반대하는 탓이다.
수종을 다변화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힌다. 한국의 산림 중 37%는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이다. 소나무에는 송진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여기에는 ‘테라핀’ 같은 정유 물질이 20% 이상 포함돼 있다. 불이 잘 붙지 않는 내화수림(활엽수림)을 조성하면 산불 강도가 60%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지은/대전=임호범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