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은 예술과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세상에 없던 기회를 선사할 겁니다. 단 투기적 거품부터 빼고, 진짜 NFT의 잠재력과 기술적 한계를 모두 정확히 알아야 이 매력적인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가상자산을 10년 넘게 연구해온 블록체인 경제 전문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학계에 발을 딛기 전 투자은행·자산운용펀드 등에서 투자 실무 관련 경력을 쌓았다. 가상자산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비트코인 탄생과 함께 블록체인 시장이 폭발하던 2010년 초반부터다. 이후 10년 넘게 쌓은 콘텐츠를 최근 펴낸 《NFT 미래수업》에 집대성했다. 그가 주목한 건 글로벌 투자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NFT의 ‘빛과 그림자’다. 그는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NFT의 개념, 경제·사회적 가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설명했다.
홍 교수는 NFT가 담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을 높이 평가했다. 현행법상 디지털 자산은 ‘동산’이다. 동산의 소유권은 점유로 보증되지만 디지털 자산의 특성상 복제가 쉬워 점유가 불가능한 사례가 많다. 이때 NFT가 소유권을 증명할 ‘등기’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토큰마다 일련번호가 달라 복제와 위변조를 막을 수 있어서다. 홍 교수는 “NFT는 현존하는 유일한 디지털 자산 등기 기술”이라며 “해킹과 복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므로 디지털 이용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성이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NFT의 매력 중 하나다. 홍 교수는 “NFT 시장에서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가 명확해 금융거래 기록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소유권 문제가 해결돼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모호한 가격결정 구조다. 변동성이 너무 커 투기장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홍 교수는 NFT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이 NFT의 불확실한 가격 가치를 부풀리는 ‘소수 시장 참여자’들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거래되는 NFT 특성상 대부분 참여자는 암호화폐업계 종사자”라며 “이들 중 다수는 가격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로 NFT를 구매하고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등 시세를 임의로 조작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지금은 품질 좋은 콘텐츠를 들여와 NFT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행법상 NFT에 대한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적절한 규제 절차가 없다”며 “규제 공백이 길어지면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처럼 가격을 임의로 조정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소현/구민기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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