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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만원이 2억 됐다는데…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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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번지는 사기 수법에 대해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애초에 개설과 이용 자체가 불법인 사설 거래소에서 거래하다가 투자금을 잃는 경우, 전문가를 사칭하는 부실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이용하다 수백만원의 이용료를 손해보는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독자 두 분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9000만원이 2억원 됐다?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온 고 모 씨는 지난 1월 일주일 새 1억4860만원을 잃었습니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주식 투자로 유명해진 하OO 애널리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유망한 투자 종목을 찍어준다는 리딩방에 초대됐습니다. 이 방에서 자칭 전문가라는 하씨는 “코인이 한 방향으로 많이 내리거나 오른다면 그 방향을 맞추는 매매를 통해 여태까지 손해본 금액을 쉽게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정 코인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베팅해 방향을 맞추면 대규모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선물 파생상품에 투자해보라는 거죠.

고씨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자칭 전문가'가 코인 선물로 얼마나 이익을 봤는지 계좌 이미지를 통해 수없이 인증했다는 겁니다. 전문가의 리딩을 받아 큰 돈을 벌었다고 주장하는 다른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한 회원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살아 생전 이런 투자 방식은 몰랐는데 하 대표님 덕분에 올해 크게 수익을 맛봤다”며 수익을 인증했습니다.

고씨는 다른 사람들의 수익 인증 메시지를 보고 지난 1월 무료 리딩을 체험했습니다. 이들이 말한 사이트에 5만원을 넣었더니, 불과 몇 분만에 10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10만원을 입금받은 고씨는 3차례에 걸쳐 투자금 9000만원을 넣었습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업체측은 얼마 뒤 "9000만원이 2억3300만원으로 불어났다"고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이 돈을 받으려면 소득세 20%에 해당하는 4660만원과 가상계좌 개설비 1200만원을 입금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고씨는 돈을 찾을 생각에 돈을 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오픈채팅방에선 강제 퇴장 당했고, 전문가라던 하씨는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씨는 총 1억4860만원을 손해봤습니다.

고씨가 이용한 거래소는 불법 사설 거래소였습니다. 해외 유명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사칭한 사기 거래소였는데요. 실제 기초자산인 비트코인과 연동되는 선물 거래소가 아닌 사기 사이트일 가능성 높습니다. ‘스킨’만 비트코인으로 갈아끼운 사실상 온라인 도박 사이트인 셈입니다.

고씨의 투자금 9000만원이 2억3300만원으로 불어났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투자 수익이 아니라, 사이트에서 숫자만 바꿔 표시한 거죠. 자칭 전문가라는 애널리스트도, 수익을 봤다는 회원도 모두 가짜 바람잡이 알바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 30% 떨어졌는데...이용료 330만원도 잃어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이용했지만, 결국 주식 투자에서 손해를 보고 이용금액도 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 모 씨(70)는 주식 투자를 할 때 자문을 받으면 보다 안전하게 좋은 수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에 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통해 1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투자자문을 받는 대가로 일반회원 가입비 330만원, VIP 회원 500만원까지 총 83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업체에서 “6개월 합산 수익률이 150% 미만일 경우 이용료를 전부 환급해준다”고 했기 때문에 거액의 이용료를 지불했습니다.

장씨는 업체의 지시대로 4개 종목을 매입했지만 6개월 후 주식은 30% 이상 하락했습니다. 대책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장씨는 이용료 전액을 환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830만원 중 카드로 결제했던 500만원은 카드사를 통해 돌려받았지만, 330만원은 여전히 받지 못했습니다.

장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접수된 유사투자자문 관련 피해구제신청은 5642건입니다. 전년인 2020년에 접수된 3148건에서 79.2% 증가한 수치입니다. 2017년에는 475건에 불과했으나 2018년 1621건, 2019년 3237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피해건수가 4년 새 11.8배 폭증한 겁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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