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마저 충격의 2연패를 당하면서 여권에 등 돌린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치르게 됐다.
○宋 "당대표직 사퇴"
송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투표로 보여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평소 책임정치를 강조해온 만큼 당대표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와 함께 김용민·강병원·김영배·백혜련·전혜숙·이동학·최강욱 등 7명의 최고위원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지 13시간 만이다. 송 대표는 "농부가 밭 탓 하지 않듯 다시 시작하겠다"며 "반구제기(反求諸己·화살이 적중하지 않았을 때 자기에게서 원인을 찾는다)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날 오후까지 지도부 총사퇴에 대한 여론은 팽배하지 않았다. 대선은 패배했지만, 정권교체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자평도 나왔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앞서 진행된 선대위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이면서도 "우리는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역대 최고인 47% 넘는 득표율, 1600만 명이 지지해주셨고 대통령선거가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인 24만표, 0.73%포인트로 결정됐다"며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적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절감하게 된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인 노웅래 의원 역시 SNS에 "대선 패배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은 마땅히 져야 하지만, 무조건 내려놓는 것만이 능사인가"라며 "정권교체 여론을 감안할 때 악조건에서도 선전을 펼쳤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경계했다.
○최고위서 의견 모아
분위기는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급변했다. 회의에서는 지방선거에 대한 대비로 총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호남과 경기, 인천, 세종, 제주 등 7개 지역을 제외하고, 10개 시·도에서 승리했다. 이 같은 대선 판세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면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도 참패를 면치 못한다. 현재는 10곳이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지금보다 3개 시·도를 더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는 셈이다.
윤 당선인의 5월 10일 대통령 취임 후 거대야당에 대한 견제 여론이 높아질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더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이때 기존 지도부 체제로는 중도 확장과 같은 전략을 새롭게 구사할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도부가 향후 우리 민주당이 어떻게 재도약하고, 이번 대선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 들여서 심기일전할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결과"라고 전했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지방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대신 당초 다음달 임기 만료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선거를 이달 25일까지 앞당겨 치르기로 했다.
지도부가 전격 총사퇴하면서 민주당은 지방선거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잠재돼 있던 '친문'(친문재인), '친낙'(친이낙연), '친명'(친이재명) 등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임고문에 위촉한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전화해 상임고문으로 향후 당에 여러 가지 기여를 해주고 도와달라 했고, 이 후보가 수락했다"고 전했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