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우체국 내에 신한은행 점포를 설치하기로 했다. 점포가 드문 지방에서 은행 지점 폐쇄가 이어지면서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이 가중되자 우체국 공간을 빌려 은행 점포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은 우체국에 들어서는 신한은행 지점에서 현금 입출금·통장 개설·이자 납입 등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민·신한은행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공동 점포에 이어 우체국 점포가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방 우체국에 은행 점포 설치
9일 신한은행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양측은 금융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지난달 초 우체국 점포 안에 신한은행 점포를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한은행 직원이 우체국 점포에 설치된 출장소에서 근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우체국 직원이 신한은행 업무 일부를 위임받아 현금 입출금이나 예·적금 가입 등 간단한 업무를 보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금융 취약계층이 많은 지방에 신한은행의 우체국 점포가 들어설 예정이다.
도입 시점은 오는 9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차세대 금융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인 우정사업본부가 9월께 시범 운영을 완료하는 대로 신한은행의 우체국 점포 설치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산을 연결하는 데 실무적인 문제가 있어 9월로 도입 시점이 늦어진 상태”라며 “우체국에 신한은행 지점을 두는 방향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익 관점에서 보면 기존 점포를 운영하는 것보다 전산 통합에 따른 비용 등 우체국에 점포를 설치하는 것이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면서도 “손실이 나더라도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을 초래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점포 수는 3492개로 2015년 말(4314개)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이 확산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적자 점포를 대거 폐쇄한 것이다.
2년간 묵혀온 아이디어 빛 보나
우체국 점포 아이디어는 2년 전부터 추진돼 왔다. 금융위가 2020년 8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내놓으면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그리고 한국씨티은행, 전북은행 등이 우체국 창구를 통해 입출금과 잔액조회 서비스 등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형 은행 중에선 우정사업본부와 추가 제휴를 맺은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신한은행은 작년부터 우체국 공동 점포 설립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금융위와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대형은행이 참석한 ‘시중은행-우체국 업무제휴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하면서 4개 은행이 공동 점포를 설립하는 방식이 추진됐다. 하지만 일부 은행이 1~2곳 시범운영 방식을 제안한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전면 도입을 주장하면서 이견을 보였다.
다른 은행들이 우체국 점포 추진에 망설이는 것은 고객을 우체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체국도 은행처럼 예·적금 상품을 판매하며 통장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에서 우체국이 은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와 금고 운영 규제 등 금융당국이 풀어줘야 할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점포 폐쇄로 인한 금융 접근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점포가 드문 격오지 위주로 국민은행과의 공동 점포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국민은행 지점에 신한은행 창구가 같은 층에 들어오거나 신한은행 지점에서 국민은행 직원들이 함께 일하게 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