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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화사한 꽃들…"볼때마다 행복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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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명숙(67)의 꽃 그림은 여러 색을 품고 있으면서도 차분하다. 꽃의 색상은 다양하지만 명도와 채도가 비슷비슷해서다. 그림에 등장하는 식탁이나 책장, 소파 등 가구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니 단아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동글동글한 형태로 단순화된 꽃의 모양이 편안한 매력을 더한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6일 개막한 김명숙 개인전 ‘꽃의 대화, 중간색의 향연’에 걸린 ‘인상(印象)’ 연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을 부드럽고 따뜻한 중간색으로 표현한 근작 25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꽃의 모양과 색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다양한 꽃이 모여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듯 각자의 개성을 지닌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49세이던 2004년 첫 개인전을 연 ‘늦깎이 화가’다. 그동안 개인전과 초대전 등 단독 전시만 11차례 열었고 국내외 단체전, 아트페어 등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풍경화를 주로 그리던 김 작가는 10여 년 전 어느 날 꽃집에 갔다가 꽃의 고운 색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풍경화를 그리며 비슷비슷한 색만 쓰고 있었는데 눈이 확 트였다”며 “그 길로 작업실에 돌아와 꽃을 그렸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한 꽃 그림은 그릴수록 그 모양이 동글동글해지고 단순해졌다.

“벽에 사진을 걸어 놓으면 처음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그다음부터는 눈길이 잘 안 가잖아요. 사실적인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그려서 걸어 놓으면 뿌듯하고 좋지만 감동은 없어요. 그런데 제가 해석한 대로 꽃을 단순하게 바꿔 그렸더니 자꾸만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제 그림을 소장한 분들도 ‘시간과 보는 사람, 기분에 따라 다른 꽃으로 보여서 볼 때마다 행복감이 든다’고 합니다.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한 덕분이지요.”

아름다움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단순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김 작가의 그림은 인상주의 화풍과도 일맥상통한다. 작품 제목이 인상주의를 연상시키는 ‘인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형태의 조형미는 중간적 색감 덕분에 더욱 두드러진다. 김 작가는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며 “꽃을 재현한다는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림을 더 단순하게 그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배경을 단순화하고 구도에 확대원근법(역원근법)을 도입한 것도 그림에 편안함을 더하는 요인이다. 김 작가의 그림이 조선 시대의 친근한 민화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김명숙의 세련된 그림은 감정을 순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조형미와 색상, 일상의 가구 등이 어우러져 새로운 미적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 그림을 보며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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