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對)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 대상에서 한국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한·미 간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 통제 이행방안이 국제사회의 수준과 잘 동조화(well-aligned)됐다고 평가하고 한국을 FDPR 면제 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수일 내 한국을 FDPR 면제 국가 리스트에 포함하는 관보 게재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7개 분야의 57개 하위 기술이 제재 범위에 포함된다.
지난달 미국은 유럽 및 일본 등과 달리 한국을 FDPR 적용 예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FDPR 면제에 대한 후속 조치로 러시아에 대한 독자적인 수출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우려 거래자 리스트에 러시아 국방부 등 49곳을 올리고, 비전략물자 수출 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고시도 개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활가전 부문에선 LG전자와 함께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FDPR 예외국 인정으로 러시아 사업의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업계도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완성차와 관련 부품이 수출 통제 대상이 될 우려가 사라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주요국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보이콧’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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