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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물가가 치솟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꾸준히 낮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정책 탓이란 분석이 많다.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국민의 시름이 깊어졌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여름께 물가가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터키 통계연구소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54.4% 올랐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02년 3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문가 추정치인 52.5%를 웃돌았다.
에너지 물가가 1년 만에 83% 급등했다.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식료품비와 교통비도 각각 64.5%, 75.8% 올랐다. 터키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기는 부자들의 식단이 된 지 오래"라며 "마지막으로 정육점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후 각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을 스스로 '금리의 적(enemy of interest rates)'이라고 지칭하며 반대로 움직였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이후 기준 금리를 5%포인트 낮췄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험적 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리라화 가치는 1년간 50% 가까이 폭락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 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늘고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름께 물가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금리 인상 없이 물가를 잡는 건 더 어려워졌다. 더욱이 터키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을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민의 불만도 커졌다. 메트로폴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터키인 4명 중 3명은 정부가 잘못된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고 답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