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가 지속되자 투자자들은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장기일반 민간임대아파트 등 비(非)아파트로 눈을 돌렸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적게는 수천명, 많게는 수십만명이 몰린 투자처에 여전히 높은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건을 찾는 매수인도, 내놓는 매도인도 없지만 웃돈이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것이다.
오피스텔·생숙·민간임대 등 여전히 높은 웃돈 붙어 있어
5일 일선 부동산 공인 중개 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당첨자 발표 이후 형성됐던 웃돈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74㎡ 5000만원대 △전용 84㎡ 9500만원대 △전용 100~111㎡ 1억~2억원대 등이다. 전용 74㎡와 전용 84㎡의 경우 초기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웃돈이 더 붙었다. 이 단지는 마곡 마이스(MICE)에 876가구 공급됐는데 청약에 57만명이 도전해 평균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신길AK푸르지오'도 웃돈이 초반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전용 78㎡ 단일 면적인 이 단지는 5000만원대의 웃돈이 붙어있다. 그나마 층이나 호수 등이 좋은 물건은 팔려 하지 않아 웃돈이 얼마나 붙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첨자 발표 이후 1000만~7000만원까지 웃돈이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조정됐다고 보기 힘들다. 이 단지 역시 96실 모집에 12만5919명이 접수, 평균 경쟁률 1312대 1이 나왔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인근에 지어지는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첨자 발표 이후에도 거의 매물이 없었던 전용 84㎡ 테라스와 펜트하우스는 나와 있는 물건이 없고, 전용 84㎡ 일반형만 있는데 이 역시 7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어있다. 초반보다 웃돈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오른 상황이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최고 22억원, 청약에 1000만원이 필요했지만 12만4426명이 몰렸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들어서는 장기일반 민간임대아파트 ‘롯데캐슬 골든파크’ 역시 확정 분양가가 발표된 이후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단지 전용 84㎡ 임차권에는 현재 3000만원 수준의 웃돈이 붙어있다. 단지는 당첨자 발표 직후 1억5000만~2억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당첨자들에게만 공개된 우선 분양가가 14억원대로 책정되면서 웃돈이 크게 빠졌다. 하지만 이후 큰 조정은 없다는 게 현지 공인 중개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 오를 텐데…정리할 이유 없어"
이처럼 주요 단지의 웃돈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기 차익을 보려는 투자자들은 이미 빠져나간 상황인 데다 장기 투자할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다.강서구 마곡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단타 투자자들은 당첨자 발표 직후 대부분 물량을 다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은 투자자들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아 굳이 팔 이유가 없다. 때문에 물건도 나오지 않고 웃돈도 내릴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시점 웃돈이 더 붙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웃돈을 내려가면서까지 매물로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비아파트 상품들은 통상 입주 시점에 가격이 더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런 점을 알고 있는 투자자들은 굳이 분위기가 좋지 않은 지금보다는 입주 시점에 정리하려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웃돈은 여전히 높지만 분위기 자체는 식은 상황. 올해 들어 강화된 대출 규제, 오는 대선을 앞두고 매도·매수자 모두 숨죽이고 시장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온라인 부동산 투자방을 운영하는 C씨는 "최근 사업지가 많이 없다. 지난해만큼 시장이 뜨겁진 않다"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분위기가 조용하다. 다들 대선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이전 투자처에 돈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아파트 상품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 들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서 기존 투자처에 자금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투자자도 많은 것으로 안다. 이들 자금이 움직여야 분위기가 활발해지는데 돈이 흐르질 못하니 시장이 잠잠한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