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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거품 우려 과도… AI·블록체인 ‘붐 사이클’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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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3월 04일 08: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가장 큰 기술 성장 사이클(technology boom cycle) 중 하나에 진입한 상황입니다.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통해 지금까지 분석되지 않았던 수많은 데이터의 가치가 새로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계 기관투자가(LP)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벤처캐피털(VC)인 GFT벤처스 공동대표(전 엔비디아 사업개발 부사장·오른쪽)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기업 가치가 너무 높다는 주장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기술(관련 시장)에 굉장히 낙관적(bullish)”이라고 했다.

허브스트 대표는 미국 그래픽반도체(GPU) 회사인 ‘엔비디아의 큰손’으로 시장에 이름이 난 인물이다.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IT 업계로 넘어왔다. 약 20년 동안 엔비디아에서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먹을거리를 찾는 역할을 담당했다. 유망한 AI 스타트업을 대다수 발굴해서 생태계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스스로도 “AI 생태계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고 자평한다.

◆AI·데이터사이언스·블록체인에 ‘올인’

그는 작년 7월 엔비디아를 떠났다.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삼성벤처투자 초대 미주사무소장을 지낸 음재훈 공동대표(전 트랜스링크 공동대표·왼쪽)와 의기투합해 GFT벤처스를 꾸렸다. 둘은 10여년 전 복싱을 하다 우연히 만난 사이다. 복싱 강사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됐고, 이후 절친이 됐다. 오랫동안 같은 분야에서 일하며 서로 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음성을 인식해 노래를 찾아주는 ‘사운드하운드’ 등의 기업에 함께 투자해 이 회사 가치를 200억원대에서 2조원대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음 대표는 “AI 데이터사이언스 블록체인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새 VC를 구상했을 때, 내 마음 속에 떠오른 것은 허브스트 단 한 명 뿐이었다”고 했다.

허브스트 대표는 엔비디아에서 나온 배경에 대해 “포커 식으로 말하자면 ‘올인’을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중 “엔비디아에서 일한 20년 동안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에게 (20년이 아니라) 수백년어치에 달하는 많은 것을 배웠다”며 여러 차례 감사를 표했지만, 결국 직접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었다는 뜻으로 들렸다.

허브스트 대표의 낙관론은 시장 전반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분야, 특정 산업에 대한 낙관론에 가까웠다. 금융위기를 겪었어도 IT 기업들이 성장했듯 대세가 될 분야를 선점하면 시장변화를 이겨내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과거 IBM에서 PC를 배송하며 클라이언트 서버 분야에 혁명이 일어난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엔 모바일 혁명을 봤고, 클라우드 혁명도 봤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거대한 변화(big wave)”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일이 사람이 코딩을 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컴퓨터가 코딩을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그게 바로 AI 딥러닝”이라고 표현했다.

허브스트 대표와 음 대표는 AI 딥러닝을 통해 그간 분석되지 않았던 다양한 데이터 패턴을 읽어내는 것이 데이터사이언스이며, 블록체인은 AI와 마찬가지로 산업 전반의 양태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기술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음 대표는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에 2013년부터 투자하며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음 대표는 “한국에서는 블록체인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동의어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생산, 인력채용, 세일즈,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딜은 상위 5~10% 펀드에만 간다”

최근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너무 높아져서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두 대표는 선구안을 자신했다. 허브스트 대표는 “지금의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투자 제안(deal flow)이 있다는 것”이라며 제안을 받는 곳에 무작정 돈을 뿌리는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딜은 누구에게나 가지 않고, 상위 5~10%의 펀드에만 제안이 간다”며 “좋은 네트워크와 좋은 투자 이력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서로를 굉장히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단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proprietary) 딜 플로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비싸다고 느껴져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AI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을 거듭 내세웠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다소 위축되고 기업가치가 오르내릴 수 있겠지만, “항상 리바운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인 흐름을 보면서 미래 기술에 투자하다 보면 이 회사들이 커지고 시장을 지배하는 시기가 온다”는 견해다.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가 슬럼프를 겪더라도 그가 언젠가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현재의 상황을 닷컴버블에 비유하는 데도 반대했다.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닷컴버블 때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지 않으며 실제로 엄청난 성장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현재 IT 기업들이 수익력의 증가와 수익 대비 기업가치 배율(multiple)의 증가를 동시에 경험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던 점을 언급하며 최근 시장이 주춤하면서 기업의 매출이나 기업가치 배율이 다소 낮아진다면 “더 좋은 딜을 할 수 있다는 뜻일 뿐”이라고 말했다.

허브스트 대표는 “벤처의 세계에서 손실을 보는 것은 성숙 단계에서 기업가치가 이미 대단히 높을 때 투자하는 이들”이라며 “상대적으로 앞선 단계에서 투자한다면 기업가치가 변한다 해도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GFT벤처스는 주로 투자대상 기업의 시드 단계 혹은 시리즈A 단계 펀딩에 참여해 건당 350만~500만달러(약 44억~62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후 추가 출자를 통해 회사당 500만~1000만달러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허브스트 대표는 GFT벤처스가 회사의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서 가치를 끌어올리는(value add) 투자자가 될 것”이라며 “치어리더를 원하는 회사는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글로벌 수준 오른 한국기업에도 투자 가능”

지난해 창업한 GFT벤처스는 1년간 총 다섯 건의 투자 결정을 했다. AI 기반 마케팅 플랫폼인 엠퍼러티브(Mperative), 블록체인 인프라스트럭처인 피그먼트(Figment), NFT 거래소인 언블록드(Unblocked), 자동화 마케팅 회사 어드레서블(Addressable)이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트럭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한국 스타트업 M사에 투자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투자 대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AI, 데이터사이언스,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들이다. M사의 경우처럼 한국계 스타트업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본다고 두 대표는 설명했다.

메타버스 투자 붐에 대해서는 다소 중립적이었다. 허브스트 대표는 “메타버스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다소 이르고, 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이점을 주로 누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세상에는 스포츠나 영상물과 같이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빠져들 대상'이 많이 있고, 특정 메타버스에 사용자가 얼마나 빠져드느냐 여부를 지금 예상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분산형 인터넷을 구축하는 웹3를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 AI 기술을 활용하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GFT벤처스는 당초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목표로 펀딩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투자자들이 확약한 출자금액이 이미 이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GFT벤처스는 한국계 자금을 최초 씨앗으로 삼아 덩치를 불려가고 있는 VC다. 투자자(LP)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 온 음 대표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네이버, SK하이닉스와 같은 곳이 앵커 투자자로 참여했다. GFT벤처스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에서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투자자 대상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최태원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 SK하이닉스 팀장과 허브스트 대표가 주최자로 나섰다. 최 팀장 뿐만 아니라 이 행사에는 GFT벤처스에 투자했거나 두 대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큰손들이 여럿 참석했다. 현재는 한국 외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다양하게 출자에 참여하고 있다고 음 대표는 부연했다.

허브스트 대표는 “벤처투자는 평균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7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며 “회사가 성장하기를 기다릴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돈을 여기저기 뿌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할 것이고, 차이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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