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 공식’이란 게 있다. ‘짧고 굵게 살고, 일찍 죽고, 멋진 시체를 남겨라!(Live fast, die young, leave a good-looking corpse!)’라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 가운데 이 공식을 따라 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누구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고, 멋진 인생 후반전을 보내고 싶어 한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생 후반전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점가에선 성공적인 노후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를 엮은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강점에서 강점으로(From Strength to Strength)》는 지난 2월 중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과 행정대학원 교수인 아서 C 브룩스는 인생의 정점인 50세가 되던 해부터 7년 동안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탐구 작업에 들어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노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된 저자는 “사람들은 왜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을 과소평가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사회과학, 철학, 신학과 동양의 지혜를 모으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
책은 사람이 나이 들면서 무조건 약해지는 게 아니라 분명히 강해지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강점에서 강점으로’라는 책의 제목은 바로 그런 의미다. 나이 들면서 신체적 능력과 활동력이 감소하고 인생 전반전과는 확연히 다른 삶의 조건들이 펼쳐지지만, 그런 변화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능력 저하에 대한 실망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강점 전략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결정화 지능’을 인생 후반전의 대표적인 강점으로 꼽는다. 결정화 지능이란 과거의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고 다듬어지면서 만들어진 능력이다. 이 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한다.
20~30대 때 추구하던 목표를 나이가 들어서도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저자는 끊임없는 성취에 대한 중독이 마치 마약 중독과 같고 결국 실망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성공이나 성취를 통해 얻은 만족의 기간은 점점 더 짧아질 것이고 매번 더 큰 성과를 바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나이가 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질문했을 때, 대부분의 미국인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답은 ‘85세가 된다’였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의 평균 수명이 79세였는데도 말이죠. 다시 말해 그들은 나이가 들기 이미 6년 전에 사망하게 되는 겁니다.”
저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나이 드는 것을 ‘자신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거나 먼 미래에나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노화나 쇠퇴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더욱 뼈아픈 사실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성공을 거두고 경력의 정점에 일찍 도달한 사람일수록, 노화나 쇠퇴가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미국 월가의 금융전문가들은 36~40세에 정점에 도달한다. 정점 이후에 찾아올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더 늦기 전에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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