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4일 08: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형마트업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경영권 변동 이후 네 번째 강등 위기에 처했다. 영업수익은 줄고 시장 금리는 빠르게 올라 2015년 MBK파트너스의 차입인수(LBO·Leveraged Buy-Out) 과정에서 불어난 빚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최근 수년 간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자와 감가상각 비용을 빼기 전 이익(EBITDA)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작년 11월까지 9개월 동안 2652억원을 벌어들였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4135억원과 비교하면 36% 감소했다.
반면 순차입금은 작년 11월 현재 5조2827억원으로 여전히 재무안정성 유지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회사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에서 보유현금을 뺀 값을 뜻하는 순차입금은 2021년 2월 결산 당시 5조1226억원으로, 9개월 동안 1600억원 정도를 줄이는 데 그쳤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한 2015년 이전 순차입금은 2조원 수준이었다. 단, 당시 차입금은 대규모 리스 부채를 인식하기 전의 일반기업회계(K-GAAP) 기준으로 지금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재무안정성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4일 회사채 신용등급(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등급이 ‘BBB+’로 한 단계 더 떨어지면, 2012년 첫 평가 당시 ‘AA-’ 대비 네 단계 강등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신(新) 리스회계기준 도입에 이어 피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의 부채 전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차입금이 많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단기 신용등급 기준으로는 이미 네 단계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등급은 2015년 8월까지 가장 높은 ‘A1’ 등급을 자랑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 인수 직후 ‘A2+’로 한 단계 떨어졌고, 이후 2019년에 ‘A2’로 또 강등당했다. 또 2020년에 ‘A2-’로 하락했고, 지난달 다시 ‘A3+’로 미끄러졌다.
최근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세 때문에 추가적인 자산 매각 압력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0년 이후 시화점과 울산점, 구미점 매각 후 임대(S&LB)를 진행하고, 안산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대전 탄방점, 부산 가야점, 동대전점을 매각했다.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은 인수금융 상환에 활용했다. 최 연구원은 “자산 매각 등으로 차입 규모가 감소했지만, 절대적인 수준에서 여전히 열위한 재무구조”라고 말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장기차입금에 최고 연 6.5%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