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인공장기 등을 개발하는 티앤알바이오팹 지분을 대규모로 매집한 기관투자가가 등장했다.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은 3일 이런 내용을 공시했다.
KB자산운용의 티앤알바이오팹 보유지분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윤원수 대표(18.3%)와 불과 2.8%포인트 차이가 나는 15.5%다. 윤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등 특수관계인 지분 25.8%와는 약 10%포인트 차이다.
KB자산운용이 보유한 티앤알바이오팹 지분은 지난해 3월 5%를 넘어섰고, 1년 만에 10%포인트 이상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바이오업계는 물론 투자업계에서도 KB자산운용의 티앤알바이오팹 주식 집중 매입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펀드매니저는 "펀드와 매니저 스타일에 따라 투자 방식은 다르지만, 특정 회사의 지분을 15%까지 채운 건 특이하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티앤알바이오팹 주식을 KB밸류포커스펀드 등 30개 펀드에 나눠 담고 있다. KB자산운용이 티앤알바이오팹에 집중 투자하는 배경은 뭘까.
KB밸류포커스 펀드를 운용하는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장은 "인공 장기와 인공 피부 등 사업별로 특화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향후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연구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줄기세포 관련 원천 특허 등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의 관계자도 "KB자산운용 측에서 우리 회사의 미래 가치를 굉장히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지난해 7월 저명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에 3D 인공 간의 동물이식 성공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다. 당시 논문 게재 소식이 알려지자 티앤알바이오팹 주가는 장중 상한가로 치솟았다.
최근에는 고탄성 인공피부 제조와 탄성 측정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자체 보유한 바이오잉크 기술로 진피와 표피가 모두 포함된 인공피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인체의 피부 조직과 유사한 탄력성까지 구현해냈다.
실제 피부와 유사한 탄력성을 구현한 데는 탈세포화된 세포외기질(dECM) 바이오 잉크 기술이 적용됐는데, 이 기술의 확장성에 회사는 기대를 걸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 관계자는 "논문을 통해 기술을 구체화시키고, 이를 통해 글로벌 회사들과 기술이전 논의가 가능해졌다"며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