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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對러 동맹' 결집 와중에…문 대통령 "강대국에 휘둘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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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신(新)냉전’을 거론하면서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 침략 국가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반대 진영의 중심 국가인 미국까지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신냉전 시대에 대응하는 방안으로는 한·미 동맹 강화 대신 남북통일 가능성까지 포함한 한반도 평화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을 향해서는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등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 군사력 6위…역사 주도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현저동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코로나 위기 속에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 중심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러 갈등과 이에 따라 더욱 심화하는 미·중 갈등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부강한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됐다”며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對)러 제재 방침에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놓는 러시아, 보다 적극적인 제재를 압박하는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앞서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는 ‘작자’들에게 각별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한국을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은 지난달 24일 대러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공개한 32개국의 예외 대상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제재 참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동맹국 정상과 러시아의 핵 위협 대책을 논의했지만 문 대통령은 통화 대상에서 빠졌다.
한·미 동맹 거론 안 해…남북 대화만 언급
문 대통령은 신냉전 대응과 관련해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 대화가 끊겼기 때문”이라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관계 개선을 통해 신냉전 시대에 독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통일을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도 냈다.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며 “그날의 이름 없는 주역들의 아들과 딸들 속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함성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일본 향해 “역사를 직시하라”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서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관계를 넘어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갖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책임을 일본에 돌렸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며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에는 “한·일 양국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는 등 대일 유화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 측의 강경한 자세로 인해 무산되면서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선 모습이다.

한편 광복회는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분골쇄신하겠다”고 선언했다. 광복회는 이날 사과문에서 “3·1절을 기해 최근 자진 사퇴한 김원웅 전 회장의 일부 잘못된 광복회 운영을 깊이 반성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도원/정인설 특파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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