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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에…배달 음식점 사장님들 긴장한 이유 [남정민의 생산현장 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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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입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병력을 집결시키며 이 가치를 외면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자원 부국'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방울 나지 않는 석유도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16.6%를 담당하는 세계 2위 산유국입니다.

석유뿐만이 아닙니다. 난방에 쓰이는 천연가스(세계 2위),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세계 5위), 강판 도금에 쓰이는 알루미늄(세계 3위) 생산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오른 원자재값에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후폭풍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각 품목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클수록 추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나프타라고 하는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 나프타를 제일 많이 수입해오는 곳이 바로 러시아입니다.
플라스틱, 옷, 고무장갑, 기저귀, 과자 봉지에도 쓰이는 '나프타'
2021년 기준 국내 나프타 수요량은 5000만t이었습니다. 이 중 2100만t은 국내에서 공급했고, 나머지 2900만t을 수입했습니다.

우리나라 러시아 나프타 수입 의존도는 23%로 1위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말하면 전체 수입량 2900만t 중 670여만t을 러시아 한 곳에서 들여왔다는 뜻입니다.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쌀'을 넘어 '산업의 쌀'로도 불립니다. 플라스틱뿐만이 아니라 섬유, 고무 등을 제조하는 데도 쓰이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본 중의 기본인 원료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소비재 중 나프타가 쓰이지 않은 제품보다 나프타가 쓰인 제품을 찾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당장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 쓰이는 플라스틱 용기, 옷과 가방을 만들 때 쓰이는 섬유, 고무장갑과 타이어에 쓰이는 합성고무가 모두 나프타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저귀 등 위생용품에 들어가는 접착제도 나프타를 원료로 만들고, 과자 봉지나 즉석밥 비닐 뚜껑을 만들 때도 나프타가 쓰입니다.


이런 나프타 가격이 최근 급등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기준 t당 910.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2월 초(837.6달러)에 비하면 8.7%, 1년 전(599달러)과 비교하면 52%나 올랐습니다.

그리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원자재 수입가격이 10% 올라가면 국내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1.42%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빠르면 한 달, 한 달 반 안에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거에요. 개별 고객사(나프타를 받아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기업)들과 한창 단가 협상을 한창 하고 있어요.
일률적으로 다 올리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겁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
단순 모니터링 넘어 실질적 대응책 마련해야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러시아 말고 다른 국가에서 기업들이 나프타를 들여오면 되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 오더라도 나프타 가격 상승세를 꺾기엔 무리라는 분석이 대다수입니다.

우리나라가 나프타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곳은 아랍에미리트(UAE)입니다. 러시아 물량의 반 정도 들여오고 있습니다.

나프타 가격 상승세를 안정시키려면 그만큼 공급이 맞춰줘야 하니 UAE에서 더 많은 양의 나프타를 수입해야겠죠.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과정은 기업 입장에서 '추가 비용'으로 계산됩니다. 결국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갑자기 수입선을 다변화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나프타를 수입하고 있던 다른 나라들의 수요도 UAE 등에 몰리면서 오히려 가격이 더 높아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나프타는 석유에서 정제돼 만들어지는데 앞에서 말씀드렸든 러시아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16.6%를 담당하는 세계 2위 산유국입니다. 러시아산 나프타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가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러시아에서 나오는 나프타 양이 제로(0)가 된다면 어디에서 수입하든 간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 기업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특히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등은 단기간 수입 대체가 쉽지 않은 만큼 수입선 대체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경제 제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을 넘어 현지 상황을 반영한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때 입니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일찍이 감지됐던 사안인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의 선제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면, 예컨대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거나 하다못해 총괄 대응팀 가동이라도 미리 해두었다면 더 좋았겠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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