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노래방,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제(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도입 120일 만인 오늘부터 중단된다. ‘일시 중단’이라지만 “새로운 변이 등이 없는 한 계속 중단할 것”이라고 한 점에 비춰볼 때 방역정책의 대전환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내달 도입 예정이던 청소년 방역패스 폐기,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대폭 완화도 시사했다.
방역패스는 기본권 침해 논란이 컸던 만큼 이번 결정은 환영할 만하지만 너무 갑작스레 발표된 탓에 반가움보다 당혹감이 더 크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상황이 안정될 때 방역패스를 재검토하겠다”고 한 게 불과 닷새 전인데 돌연 방역 패스를 해제한다니 이런 조변석개가 있나 싶다. 최근 코로나 사망자는 하루 117명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위중증 환자도 2주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해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일선 진료현장에선 “의료체계가 이미 붕괴 중”이란 말이 돌 정도로 위기감이 크다. ‘재택 방치’에 가까운 재택치료를 받다 사망하는 감염자가 속출하고, 병상을 못 구해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임산부도 있었다. 사실상 백신을 강제받은 청소년이 접종 후 사망하는 일도 잇따랐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대책 없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앞세운 모습에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듭되는 메시지 혼선은 K방역의 마지막 한 줌 신뢰마저 갉아먹고 있다. 2차·3차 접종률이 주요국 중 가장 높은데도 지금 한국의 감염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 것부터 집단면역을 장담해온 정부의 설명과 다르다. 국민은 방역패스, QR코드, 수기명부 작성 등 지시를 묵묵히 따랐지만 정부는 매번 허둥거렸다. 대통령이 “머지않아 종식” “빠르고 굵게” 등의 기대를 표시할 때마다 사태는 커지기만 했다.
K방역 주역인 전문가들마저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번 방역해제 조치에 “그냥 다 같이 감염되라는 얘기”라는 의사들의 냉소가 잇따르는 이유를 정부는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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