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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는 호소 5년간 모르쇠, 이제 와서 원전이 주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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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복원이 힘들다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한철수 전 창원상공회의소 회장(고려철강 회장)은 27일 “(탈원전은) 경제의 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 실패”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9년 1월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호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돌연 말을 바꿨다.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탈원전 정책으로 생태계 붕괴를 겪은 기업인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에 원전 부품을 공급하는 A사 관계자는 “그동안 해온 것은 생각지 않고 이제와서 탈원전이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일감이 끊어져 녹이 슬어버린 장비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한 회장도 “지난 5년간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원전산업계가 초토화됐다”며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국가의 산업 생태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에너지 정책이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원전업체인 세라정공 김곤재 대표는 “원전 기술자들을 내보낼 수 없어서 최근에도 빚을 내 월급을 줬다”며 “기계 팔고, 이삭 줍기식 부품 수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포한 이후 원전업계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한국의 원전 설계·시공 능력도 위기다.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인력이 산업현장을 떠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타격이다. A사 관계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에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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