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을 헤매던 양치기가
하룻밤을 새우려고
산중턱에서 피우는 모닥불처럼
퇴근길 주머니에
국밥 한 그릇 값밖에 없는
지게꾼이 찾아갈 주막처럼
일찍이 인생이 쓸쓸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
창문을 열어놓고 뻐끔뻐끔
혼자 담배를 피우는, 저 별
시집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문학동네) 中
초저녁에 제일 먼저 뜬 별은 왜 그다지도 부지런했을까요. 하물며 일몰과 일출의 시간은 날마다 다른데, 우리의 아침과 저녁 시간은 날마다 매한가지인 걸까요. 문득에 가까워서 저는 쓸쓸함을 자주 생각합니다. 내가 늘 해오던 것을 하지 않는 순간에 대해서도. 별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아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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