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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기간 동안 못 받은 월급 달라"…사고 친 직원 어쩌나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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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업무와 상관 없이 음주 운전이나 폭행 사고, 성적 문제 등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무와 관련된 잘못이나 동료에게 저지른 실수는 징계사유가 되지만 외부에서 '사고를 친' 직원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특히 직원이 구속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아 회사나 거래처에 소문이 돌거나 본인 스스로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게 명백한 경우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인사 담당자들의 속마음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법원 "구속·기소된 근로자여도 보석으로 임시 석방됐다면 복직시켜야"
형사 구속기소 된 근로자는 근로를 제공할 수 없지만, 잠시라도 풀려난 보석 기간에는 근로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회사가 이 기간 동안에는 내부 규정에 따라 복직을 허가하고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2월10일 근로자A가 지방대학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징계무효확인 등의 소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사건을 원심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0다301155).

A는 이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업무방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돼 2017년 2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근로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병원 측은 인사규정에 따라 2017년 2월 A에게 휴직을 명했다. 병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기소 됐을 때 휴직 명령을 내릴 수 있고, 휴직사유가 소멸된 후 30일 이내에 직원이 복직신청을 하면 병원은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A는 보석 기간 중 항소했고 2017년 4월에서야 보석 허가 결정을 받아 임시 석방됐다. 이에 A는 병원에 복직을 신청했으나, 병원 측은 "휴직 사유가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복직신청을 거부했다. 석방됐지만 여전히 보석기간 중이므로, 보석이 취소되거나 추후 실형이 선고되는 등 다시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A는 2017년 9월 항소심 끝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고 10월 복직했다. 하지만 A는 복직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2개월간의 구속 기간을 포함한 전체 휴직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병원의 복직 거부가 정당하다고 봐서 A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병원 인사 규정이 휴직명령 사유를 단순히 '기소된 때'라고 하지 않고 ‘구속기소 됐을 때’로 정한 점을 고려하면 휴직명령은 구속으로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석방 이후 보석 취소나 실형 선고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 제공이 부적당한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A의 손을 들어줬다.

보석으로나마 석방됐다면 근로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가 A에게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고 일을 시켰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보석 후의 기간이 아닌 구속된 기간 동안의 임금 청구만큼은 기각했다. 그럼에도 보석기간 중 복직을 시키고 월급을 줘야 한다는 판결인 만큼 인사담당자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주운전 걸렸는데 회사 잘리나요"…'케바케' 입니다

징계에는 감정이 담기면 안된다. 징계는 '나쁜 사람'에게 내리는 게 아니라 회사에 피해를 끼친 사람에게 내리는 처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외부에서 사고를 저지른 직원에게 회사가 따로 징계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2017년 3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규칙도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고로 인한 비위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았다면 징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개정됐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만 봐도 회사에 대한 근로제공에 하자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수사 중인 혐의 내용이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거나 직장 내 신뢰·인간관계에 중대한 문제를 발생시킨 경우라면 해고 등 징계가 가능할 수 있다.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 하급심에서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해 형사처벌을 받았어도 이를 이유로 회사가 해고한 것은 과하다는 판결이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직장 동료들도 몰라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도박을 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직장 질서를 현저하게 무너뜨렸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판결이 있다. 징계는 철저하게 직장에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를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사팀 입장에서는 직원이 형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즉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부터 살펴봐야 한다. 유죄 판결을 해고 등 징계 사유로 정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두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그에 근거해 징계를 내리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은 형이 '확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대법원 최종 판결 혹은 상소 포기 등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징계내릴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집행유예를 받았다면 어떨까. 이 역시 '유죄 확정판결'이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다. 회사와의 신뢰관계가 상실돼 근로관계 유지가 기대될 수 없다는 게 중요하므로 신체구속 상태를 불문하고 징계 대상이라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97다9239).

한편 헌법상 무죄추정원칙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기소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 사례에서도 병원이 일단 휴직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정한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별다른 규정이 없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음주운전을 걸렸는데 회사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고소 당했는데 회사에서 잘릴까요" 등의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회사에서 어떤 처분이 내려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일반 해고'나 징계 문제가 되므로 회사 취업규칙 등 내부 규정을 우선 봐야 한다.

해당 형사처벌로 인해 구속 기간이 길어지는 등 근로제공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거래처 등에 피해를 주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는 등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지, 과거 근무 태도는 어땠는지, 뇌물죄 등 회사와의 신뢰가 무너질만한 이슈였는지, 성 범죄 등 내부 직원들과의 관계를 해칠만한 범죄인지, 징계가 과중하지는 않은지 등을 개별적·구체적·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재판 참석 등을 이유로 잦은 결석을 하거나 현저하게 근로제공에 지장이 생긴 경우에는 당연히 별개의 징계사유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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