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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 현수교 기록도 내줬다"…한국에 중동 뺏긴 日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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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형 건설사들이 저가수주 대신 기술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중동 시장에서 일본과 중국 건설사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터키 북서부의 다다넬스해협을 가로지르는 차낙칼레 대교(사진)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길이 3623m의 초대형 교량이다. 이 다리가 다음달 개통하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의 기록이 새로 쓰여진다.

차낙칼레 대교의 교량간 거리는 2023m로 지금까지 세계 최장 현수교였던 아케시해협대교보다 30m 더 길다. 아케시해협대교는 일본 고베시와 아와지시마를 잇는 현수교다.

일본이 갖고 있던 세계 최장 현수교 기록을 깬 기업은 한국 건설사들이다. DLE&C(옛 대림산업)와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터키 대형 건설사 야피 메르케지 컨소시엄이 차낙칼레 대교를 건설했다.

2017년 입찰에는 일본 종합상사 '빅3' 이토추상사와 대형 건설사 IHI 컨소시엄 외에 중국, 이탈리아 기업들이 참여했지만 한국 컨소시엄에 패했다.

입찰 건설사들이 제시한 공사비는 25억유로(약 3조3660억원)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사기간이 승부를 갈랐다. 한국-터키 컨소시엄은 터키 정부의 예상보다 1년 이상 공사기간을 단축한 계획으로 낙찰을 받았다.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실적도 터키 정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K는 이스탄불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륙연결교를 건설한 경험이 있었고, 야피 메르케지 등과 해저터널 사업에도 참가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한국 건설사들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주변 호텔을 현장 직원들의 숙소로 대절했다. SK에코플랜트의 현지 법인장은 터키 주재 경력 15년의 베테랑이었다. 터키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그는 이미 터키인"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처럼 주재원을 현지에 오랜 기간 머무르게 하는 한국 기업의 방침도 발주처의 신뢰를 얻은 비결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국 건설 대기업들은 2010년 전후 저가수주 전략으로 중동 시장에서 일본 건설사들을 밀어냈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프로젝트가 좌초되거나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비용이 증가하는 등 적자 프로젝트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2015년 이후 한국 건설사들은 대형 교량과 특수 프로젝트 등 수주량보다 채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주전략을 바꿨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인프라 프로젝트를 따내는데 주력했다.

한국 건설사들의 전략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사우디아라비아 수소 제조 프로젝트다. 사우디 정부는 2060년 탈석탄사회 실현을 목표로 내걸었다. 국부펀드인 PIF가 거액을 투자해 동부 해안지역에 수소 제조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삼성물산과 포스코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건설 대기업이 사우디의 수소 플랜트 사업에 참가하면 하청기업인 한국의 중견기업들도 활발하게 중동에 진출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동의 원전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건설사들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최초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2009년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2020년 8월 일부 가동을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전과 두산중공업은 총 4기의 원전을 건설한다. 이집트의 신설 원전도 한국 건설사가 독점교섭권을 따냈다.

한국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1년 한국 건설 대기업의 해외수주액은 306억달러(약 36조8577억원)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물량 대신 채산성을 중시한 결과 수주규모는 10년 전의 절반으로 줄었다. 대신 중동 프로젝트 비중은 37%로 30%의 아시아를 넘어섰다.

탈석탄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이 잇따라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건설사들의 실적도 날개를 달 전망이다. 사우디는 원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33억달러의 산업육성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UAE도 태양광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만 340억달러를 투자한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게 한국 건설사들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중동 시장이 한국 건설사들의 생명선이 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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