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저탄소 정책을 시행할 경우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애써 늘려놓은 일자리 중 14만2000개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4일 충북 음성군 거성호텔에서 ‘대전환시대의 고용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연 온라인 세미나에서다.
발표자로 나선 박진희 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팀장은 “한국이 디지털 기술 혁신을 급속도로 진행하면 취업자 수는 전망 기간(2020~2035년) 동안 연평균 0.2%씩 총 80만7000명 증가해 2035년엔 전체 취업자가 2771만1000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 혁신과 함께 ‘저탄소 전환’까지 급속도로 진행할 경우 2035년 전체 취업자 수는 2756만9000명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속한 디지털화에 저탄소 전환을 병행하면 14만2000개의 일자리가 상쇄된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디지털·저탄소 전환이 동시에 이뤄지면 △에너지 다소비 생산 설비 폐기 △신재생 에너지 대규모 투자로 인한 투자 효율성 저하 등이 생산성 및 잠재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에서는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장기영 고용정보원 중앙일자리평가팀장은 “2020년 기준 직접일자리 사업(97만557명) 중 노인일자리 사업(65세 이상)이 77만4529명으로 79.7%”라고 발표했다. 직접일자리 사업에는 2020년 2조9790억원이 투입됐고 지난해에도 3조3570억원을 쏟아부었다.
장 팀장은 “민간 노동시장 이행 성과를 높이기 힘든 65세 이상 고연령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전체 직접일자리 사업에 대한 성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한 노동경제학 전문가는 “취업난을 겪는 2030세대는 K디지털 트레이닝 등 산업 전환 훈련 상담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정부는 직접일자리 사업으로 취업률 끌어올리는 데 급급하다”며 “일자리위원회도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방향 설정을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장은 개회사에서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고용 창출분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며 “저탄소 전환으로 사라지는 일자리에 소속된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 전직 지원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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