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클래식 음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탄생 200주년이다. 벨기에 리에주의 독일계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음악가로 살아간 프랑크는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바그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오페라와 발레 등 극음악에 치우쳐 있던 당시 프랑스 청중들에게 실내악의 가능성과 절대음악의 가치를 일깨웠다.
탁월한 오르가니스트였던 그는 대기만성의 작곡가였다. 유일한 교향곡 작품인 교향곡 D단조는 64세에 완성했다. 1887년 1월 파리음악원에서 초연했을 때엔 오늘날 같은 뜨거운 반응은 없었다. 지금은 프랑크 특유의 고전적 취향이 잘 드러난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프랑크 작품들 중에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도 그렇지만, 이 교향곡은 ‘순환형식’으로 유명하다. 하나 또는 두 개의 순환주제를 변형하거나 있는 그대로 사용해 내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기법이다.
곡에서는 세 개의 순환주제가 사용된다. 시작하자마자 중저음의 현악 유니즌으로 제시되는 순환 동기와 여기서 파생된 동기들이 모든 악장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전 곡에 긴밀한 유기성과 강력한 통일감을 부여한다.
프랑크 교향곡은 많은 부분에서 ‘암흑에서 광명으로’가 모토인 베토벤의 교향곡을 닮았다. 1악장에서는 암흑 속에 도사린 빛이 번득이며, 2악장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중 ‘옛 성’의 고즈넉함을 연상시킨다. 3악장에서는 승리의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이 곡의 해석에서는 긴 호흡의 프레이징을 단절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음향적인 측면도 중요해서 두터운 오르간적 음향을 잘 구현해야 한다.
교향곡 D단조의 명반으로는 푸르트뱅글러/빈 필(데카), 카라얀/파리 오케스트라(EMI) 외에도 수없이 많은 명 녹음이 존재한다. 그중 SACD로도 발매된 피에르 몽퇴(1875~1964) 지휘의 시카고 심포니 녹음(Sony/RCA)을 골랐다. 파리 출신의 몽퇴는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 등을 초연한 명지휘자다. 프랑스적인 향기와 독일적인 조형미를 음악에서 끄집어내는 몽퇴는 프랑크의 작품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1961년 녹음 당시 시카고 심포니는 프리츠 라이너의 지휘 아래 잘 벼려진 칼처럼 광채를 빛내던 악단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작품 해석에 강한 몽퇴의 지휘봉이 적재적소에 두텁고 입체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놓고 있다. 금관이 뛰어난 시카고 심포니의 중후하게 빛나는 사운드는 일품이다. 프랑크 교향곡은 피에르 몽퇴에게 세 번째 녹음으로 원숙미를 보여준다. 당시 음반사인 RCA의 리빙스테레오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녹음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교차로 같은 프랑크의 작품을 해석하는 몽퇴의 음반을 듣다 보면 이 녹음이 현대의 녹음과 과거의 스테레오 전성기 녹음의 교차로에 있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더 예전의 녹음도 한 번 들어볼 수 있는 자극이 돼준다. 음질이 반드시 우상향으로만 진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음반을 찾아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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