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저탄소 정책을 시행할 경우 디지털 기술혁신을 통해 기껏 늘려놓은 일자리 중 약 14만2000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정부가 고용률을 올리기 위해 추진했던 직접일자리의 80%는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들의 연구 결과로, 국책연구원도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고 있는 모양새다.
◆급격한 저탄소 정책, 일자리 상승분 상쇄 효과
한국고용정보원이 24일 충북 음성군 거성호텔에서 '대전환시대의 고용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팀장은 "한국이 디지털 기술혁신을 급속도로 진행할 경우 취업자 수는 전망 기간(2020년~2035년) 동안 연평균 0.2%씩 총 80만7000명이 증가해 2035년엔 전체 취업자 수가 2771만1000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하지만 디지털 기술혁신과 함께 '저탄소 전환'까지 급속도로 진행할 경우 전망기간 동안 연평균 0.16%씩 총 66만4000명의 취업자가 증가하고, 2035년까지 전체 취업자 수가 2756만9000명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증가분에서 14만2000개가 상쇄된 것에 대해 박 팀장은 "저탄소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에너지 다소비 생산 설비 폐기 △신재생 에너지 대규모 투자로 인한 투자 효율성 저하 등이 생산성 및 잠재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따른 투자와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수도, 폐기물 및 재활용 서비스업,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은 디지털 기술혁신 시나리오 때보다 취업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장도 개회사를 통해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고용창출분의 상당 부분을 상쇄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며 "저탄소전환으로 사라지는 일자리에 속한 근로자에 대해 대규모 전직 지원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일자리 80%는 65세 이상이 차지..."정책 방향 잘못돼"
직접일자리정책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왔다. 장기영 한국고용정보원 중앙일자리평가팀장은 일자리사업평가와 분석을 위한 전용시스템인 EPAS(Employment Programs Analysis System)를 활용해 2021년 일자리사업 참여자 약 670만 명의 빅데이터로 연령·성·업종별 현황 등을 국내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장 팀장은 "2020년 기준 직접일자리사업 전체 97만557명 중 노인일자리사업(65세 이상)이 77만4529명으로 79.7%"라며 "민간 노동시장 이행 성과를 높이기 힘든 65세 이상 고연령층을 위한 일자리사업을 전체 직접일자리 사업에 대한 성과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고용부와 고용정보원은 "발표 내용은 연구진 개인 견해"라고 전제했지만, 일선 연구원들마저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경제학 전문가는 "취업난을 겪는 2030세대의 경우 K-디지털트레이닝 등 산업 전환 훈련 상담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하지만 정부는 직접일자리 사업으로 취업률 끌어올리는 데만 급급하며 일자리위원회도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방향 설정하는 데 감을 못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