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보다 먼저 살아가야 할 메타버스 가상융합세상에선 롯데가 기준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롯데지주 대표와 주요 사업군(HQ) 총괄대표, 사장급 임원이 참석하는 핵심 임원회의를 메타버스에서 여는 파격을 보였다. 롯데그룹의 첫 메타버스 임원회의다.
이날 회의에 캐주얼 차림의 아바타로 등장한 신 회장은 “메타버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 모두 젊어보이는 것 같다”며 “메타버스의 미래가 어디까지 갈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메타버스를 점찍은 신 회장이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메타버스 임원회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의에서 처음 가보는 길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서가면 우리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임원들을 독려했다. 아직 초창기인 메타버스 플랫폼 주도권 싸움의 경로가 불확실하지만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자는 당부다. 회의에선 사업군별 주력 사업 보고가 이뤄졌다. 신 회장은 임원들에게 “단기 성과만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미래에 더 중요해질 기업 역량을 파악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육성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얼리어답터' 신동빈 "두려움 극복해 우리가 기준 되자"
2분기 플랫폼 베타 서비스
롯데그룹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선점을 위해 전사적으로 뛰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이 플랫폼 구축을 맡고 롯데쇼핑, 하이마트, 면세점 등 계열사들이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가 영업한다는 구상이다.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를 선점하면 한발 뒤처진 e커머스 사업 또한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는 게 롯데의 계산이다. 롯데는 결제 기능을 갖춘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해 이르면 올 2분기 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2분기 플랫폼 베타 서비스
이날 메타버스 회의는 신동빈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신 회장은 오프라인 위주의 롯데 사업 구조를 의식한 듯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메타버스를 직접 경험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후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 한 달에 한 번 이런 방식으로 회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이런 시도가 우리 그룹 직원들에게 전달돼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메타버스를 기업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도 필요다는 걸 느꼈다”고 신 회장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평소 첨단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얼리어답터’다. 지난해 10월엔 자신이 사용하던 증강현실 구현 디스플레이 장치 ‘오큘러스 퀘스트 2’를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에게 나눠주고 체험하도록 했다. 이 장치는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초실감형 메타버스’의 기반이 되는 기기다.
신 회장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다. 가상과 현실세계가 혼합된 미래를 그린 작품으로, 신 회장은 “메타버스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며 최근 임직원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 속에 롯데그룹은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벤처스는 증강현실(AR) 글라스 제조기업 레티널과 산업용 VR 솔루션 기업 버넥트, 가상 3차원(3D) 쇼룸을 제공하는 플랫폼 패스커에 투자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해 실감형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포바이포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