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가들은 21일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에 대해 "거대 양당 후보들이 경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장동 의혹 등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인 것에도 비판적인 평가가 나왔다. 토론회 시청률은 32.7%를 기록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2일 전날 열린 '경제 분야' TV토론에 대해 "이 후보는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데, 차별적으로 뛰어나다거나 경제를 확실히 잘 알고있다는 면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기축통화 발언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세금과 배당에 대해 질문했던 것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게 모두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 후보의 경제공약이 분배 정책에다가 성장 정책을 얹어놓은 것이라 정리가 제대로 안 돼있는데, 그 빈틈이 토론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후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축통화 발언은 잘못 끌어온 사례"라며 "팩트도 잘 모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본인의 공약 관련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등 경제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교수는 "심 후보가 주식양도세가 도입된 이유를 물었을 때 윤 후보는 '글쎄, 가르쳐달라'고 답했는데, 본인이 주식양도세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면 도입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윤 후보가 경제 비전, 공약 중에서 좀 내세울만한 것들을 강조하는 자리였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의 토론 태도에 대해서는 "이전보다는 여유가 생겼다(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제 비전 제시보다는 두 후보 간 난타전으로 흐른 게 아쉽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창렬 교수는 "이 후보가 김만배 녹취록 판넬 들고 나와서 공세한 것은 좋게 보이진 않았다"며 "윤 후보의 대장동 공세를 무디게 하려는 전략인데, 그러다보니 경제정책에 대한 변별력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윤 후보는 이번에도 '기승전 대장동'이었다"며 "토론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다보니까 기저효과는 있지만 이제는 그 평가에서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 교수는 "안 후보는 나름대로 품성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며 "팩트와 논리에 충실하고. 자기가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선 솔직함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심 후보가 매섭게 파고들어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상황이 여러번 나왔다"며 "심 후보는 실력에 비해 저평가돼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TV토론 소감에 대해 "솔직히 벽에 대고 이야기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는 국가인프라·교육과학기술 투자와 기업활동을 구분하지 못했다"며 "저렇게 해서 무슨 경제정책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충남 유세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허무맹랑한 얘기"라며 "나라 질서가 잡히고 경제가 성장이 되겠나”고 받아쳤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