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은 시황이 14주째 이어지고 있다. 실거래 가격은 작년 11, 12월 연속 내렸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에 집값이나마 안정세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올해 날아들 보유세 고지서는 이미 많이 오른 작년 하반기 가격이 기준이란 점에서 부동산 세금폭탄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그제 “(부동산) 세금이 오르니 저도 화나더라. 종합부동산세 등 과도하게 오른 것들을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성난 부동산 민심 때문일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을 언급하던 데서 더 나아가 보유세 전반의 세부담 완화까지 약속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 후보가 선관위에 제출한 대선 공약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 보장’이란 세 번째 공약에서 전국민 보편 기본소득 추진을 약속하며, 재원조달 방법으로 ‘토지이익배당금제’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종전 국토보유세에 대한 거부감을 의식해 이름을 바꾼 것일 뿐이다. 땅을 가진 국민에게 물리겠다는 세금을 ‘배당금’으로 명명한 것도 혼란스럽지만, 국민이 반대하면 철회할 수 있다더니 기어이 공약에 끼워넣었다.
이 후보 측은 어차피 기본소득으로 돌려받을 부분을 토지이익배당금으로 먼저 납부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토지이익배당금 신설을 통해 1.0%로 끌어올리면 부동산 세금을 15조5000억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중과세 방지 차원에서 종부세(작년 세액 6조1000억원)를 없애더라도 보유세를 10조원 가까이 걷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증세하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제 유세 땐 세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했으니 이랬다저랬다 말바꾸기라는 눈총을 받는 것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최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시인한 바 있다. 그제는 “정책이 국민에게 고통을 주면 안 된다. (세금 조정은) 인기보다 원리에 합당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 뭔가 달라져야 할 것 아닌가. 앞에선 세부담 완화를 외치고, 돌아서서 증세하겠다니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존 복지에다 더 얹어주겠다는 기본소득 발상도 문제지만, 재원 마련이 어려우면 철회하면 그만이다. 공약은 적정성 못지않게 앞뒤가 맞는 정합성도 중요하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