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 학자 300여 명이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시켜 이원화하는 내용의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했다. 정부는 금융정책만 맡고 독립된 공적 민간기구가 현재보다 강화된 감독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각 대선 캠프에도 이 같은 금융 감독 개편안을 공약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은 1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발대식을 열고 “금융감독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최우선 개혁과제”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금개모에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대식 한양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이상 공동대표)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금융분야 교수와 연구원 등 학계 전문가 312명이 서명했다.
금개모는 금융감독 개혁을 위해서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적 민간기구가 금융감독 기능을 전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도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기구이기는 하지만 금융위원회에 사실상 종속돼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금개모는 “최근 불거진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는 잘못된 금융산업 정책이 금융감독을 압도한 데서 비롯됐다”며 “금융감독기구를 공적 민간기구로 설치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된 민간기구에는 감독 규정을 제정할 권한을 함께 부여해야 한다는 게 금개모 주장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감독기구가 규정 제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감독할 수 있는데, 지금은 금융위가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는 금감원이 권한 없는 절름발이 감독기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서는 “독립된 민간기구는 현재 금감원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책임은 지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개모는 “금융감독의 세부 내용을 복잡하게 규정화한 현재의 화석화된 금융감독 관행으로는 디지털 전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 감독 사각지대를 양산하기도 한다”며 “금융감독기구가 적절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감독 관행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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