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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규제의 태클…직방, 아무도 출근 안하는 사무실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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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스타트업 직방 직원 300여 명은 지난해 7월부터 가상 업무 공간 ‘메타폴리스’(사진)로 접속해 출근한다. 실제 얼굴이 아닌 아바타의 모습을 하고서다. 일터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로 바뀐 직방은 업무 공간이었던 서울 서초구의 GT타워 사옥도 없앴다. 출근자가 없으니 비싼 사무실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직방은 사무실을 다시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직방 관계자는 “법인세 납부 때문에 사무실을 완전히 없애는 혁신은 어렵다”며 “필요 없는 사무공간을 어쩔 수 없이 다시 구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낡은 법과 제도가 진화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최근 열풍을 몰고온 메타버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메타버스에선 가상 공간 또는 온라인 비대면으로 생산, 근로, 여가, 소통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근무 방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직방처럼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직방의 경우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이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완전 재택’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이 법에 따르면 자영업자나 기업은 물리적인 주소지인 납세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납세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정부가 사업자를 확인해 납세지를 임의 지정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물리적인 장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납세지를 마련하지 못한 사업자는 탈세 혐의로 처벌받기 쉽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A사도 최근 비슷한 고충을 겪었다. A사의 대표는 “해외에 거주하는 개발자를 확보하고 부동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했지만 세금 문제 때문에 공유 오피스의 가장 작은 공간을 빌려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을 오래된 법 때문에 날린 셈이다.

금융권에서도 원격근무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명 ‘망분리 규제’로 금융사 직원은 재택근무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사나 전자금융업자(핀테크업체)는 내부 업무용 시스템을 인터넷 등 외부 통신망과 분리·차단해야 한다. 금융사의 정보기술(IT) 관련 직원은 개발, 보안, 운영 업무 등 일부 업무는 외부에서 처리하기 어렵다. 망분리 환경 구축 강제로 네트워크 장비, 개인용 컴퓨터(PC), 보안 시스템, 소프트웨어 구입 등 관련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최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핀테크 규제 핵심 과제’를 여당에 전달하면서 가장 시급한 규제 개선 과제로 망분리 제도 개선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안 기술이 초고도로 진화한 시대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법인 등이 가상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납세지를 대통령령에 따라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의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유 의원은 “한국이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에 걸맞은 행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 사업자들이 물리적 사업장 주소지 없이도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완/박진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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